‘대세’ 이종석 “제대로 망가지고 싶었다”

‘대세’ 이종석 “제대로 망가지고 싶었다”

기사승인 2014-01-20 14:51:01

[쿠키 연예] 지난해 배우 이종석(25)이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보여준 모습은 비슷비슷했다. 우수에 젖어 있고 남모를 아픔을 간직한 미소년. 드라마 ‘학교 2013’(KBS2)과 ‘너의 목소리가 들려’(SBS), 영화 ‘노브레싱’과 ‘관상’ 등에서 보여준 모습 대부분이 그러했다.

하지만 22일 개봉하는 영화 ‘피끓는 청춘’은 다르다. ‘피끓는 청춘’은 1982년 충남 홍성의 고교생들이 만들어가는 로맨스를 스크린에 담아낸 작품. 이종석은 여고생들 마음을 뒤흔들어놓는 카사노바 중길 역을 맡았다. 진한 충청도 사투리에 능청맞은 코믹 연기가 눈길을 끄는 캐릭터다.

2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한 카페에서 만난 이종석은 “지난해 비슷한 느낌의 배역을 계속 맡아서 답답한 마음이 컸다”며 “‘피끓는 청춘’을 통해 제대로 망가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작품에서 연기한 캐릭터는 확실히 전작들과 다른 부분이 많다.

“연기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 매 작품 색다르게 연기를 하는 게 어려웠다. 나는 전부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은 ‘이종석은 매번 똑같은 연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얘기 듣는 게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도 그런 내 자신을 느끼게 되더라. ‘저도 다른 모습이 있어요’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피끓는 청춘’은 이런 이유 때문에 선택한 작품이다.”

-지난해 정말 바빴는데.

“‘학교 2013’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2~3년 정도 별로 일이 없었다. 오디션도 몇 번 봤지만 떨어졌고…. 그때 생긴 연기의 갈증 때문에 계속 작품을 하게 되더라. 도저히 불가능한 스케줄인데도 계속 촬영을 이어갔다. 돌이켜보면 너무 욕심을 부렸나 싶기도 하다.”

-주인공 중길 역을 연기하며 염두에 둔 점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망가지려고 애썼다. 새로운 분야(코미디)이다 보니 연습을 많이 하려고 했는데, 감독님은 오히려 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날연기’를 주문하시더라. 그래서 언젠가부터 아예 준비를 안 하고 촬영장으로 갔다. 그러니 어떤 순간엔 제스처나 대사가 더 자연스럽게 나오더라. 완성된 영화를 보니 좀 더 망가지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한다(웃음). ‘피끓는 청춘’은 내 필모그래피에서 꼭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던 작품이었다.”

-‘피끓는 청춘’에서의 이종석은 전작들 배역처럼 멋있게만 보이진 않는다.

“주변 사람들은 걱정을 많이 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좀 더 가져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망가지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더라. (요즘 큰 인기를 모으는 SBS 드라마인)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 선배님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나. 배우는 망가짐을 통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다.”

-코미디 영화다보니 촬영하면서 에피소드도 많았을 거 같은데.

“팬티 입고 춤추는 장면은 정말 민망했다. 그리고 (극중 ‘싸움짱’ 광식 역을 맡은) 김영광 형한테 맞는 장면은 정말 아팠다. 스태프들도 나를 불쌍하게 쳐다보더라.”

-1년 사이에 톱스타로 발돋움했다.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하지만 분명 좋아진 점은 있다.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온다는 거다. 그건 정말 좋아진 점이다. 작품을 선택할 여지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니까. 지난해엔 연기에 대한 갈증 때문에 너무 많은 일을 벌였는데 이젠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실제 성격은 어떤 편인가.

“예전에 이보영 누나랑 밥을 먹는데, 누나가 그러더라. ‘너는 남자친구로서는 별로인 스타일’이라고. 듬직하게 여자친구 옆을 지켜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려 하고 사랑에 목말라하는, 일종의 애정결핍이 있는 편이다.”

-지난해 많은 작품에 참여하며 배운 것도 많았을 거 같은데.

“‘관상’을 찍으면서 많이 배웠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내가 작품에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심했다. 항상 긴장한 상태에서 촬영에 임했다. 그런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내 연기가 정말 형편없더라. 보는 내내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나만 등장하면 영화의 ‘템포’가 떨어졌다. 내 연기가 좋은 작품에 흠집을 낸 것 같아 정말 속상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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