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문화-마에스트로 정명훈의 하소연] 서울시향 콘서트홀 약속 언제쯤…

[줌인! 문화-마에스트로 정명훈의 하소연] 서울시향 콘서트홀 약속 언제쯤…

기사승인 2014-01-21 01:36:01

“서울시와 계약할 때 2008년까지 콘서트홀을 지어주는 조건이었어요. 벌써 10년째가 다 돼 가는데 이 약속이 언제쯤 지켜질지 모르겠습니다. 올해 기초조사라도 실시해 2~3년 후에는 콘서트홀 건립이 시작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마에스트로 정명훈(61)이 지난 16일 신년 기자간담회 도중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정 감독은 2005년 서울시향 예술감독으로 위촉됐을 때 ‘전용 콘서트홀을 건립한다’는 조건을 내세워 서울시와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오세훈 전 시장에 이어 박원순 시장이 부임한 이후 이 합의사항은 관심 밖이었다고 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같은 음향시설을 갖춘 2500여석 규모의 콘서트홀을 지으려면 수백억 원의 예산이 필요해 엄두를 내지 못한 데다 “콘서트홀이 꼭 필요하느냐”는 시각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향의 입장은 다르다. 신년 및 송년 음악회를 비롯해 정기연주회를 매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빌려서 하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좋은 연주를 위해서는 전용 음악당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또 정 감독 부임 이후 세계적인 교향악단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시향의 위상을 감안하더라도 콘서트홀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는 “클래식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연주력과 인프라 구축이 갖춰져야 한다. 시향과 음악계의 발전을 위해, 시민들의 다양한 여가활동을 위해 서울시 한복판에 클래식 전용홀이 필수적”이라며 “다행히 서울시가 새해 들어 콘서트홀을 세울 수 있는 부지 조사에 나섰고, 진행이 잘되면 2~3년 후에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향은 8월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축제인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과 영국 BBC 프롬스에 참여하는 등 유럽 4개국 5개 도시에서 공연한다. 특히 BBC 프롬스에는 한국 교향악단으로는 처음이자 2001년 일본 NHK 심포니 이후 아시아 오케스트라로는 두 번째로 입성한다.

정 감독은 “프롬스는 굉장히 (연주를) 잘해야만 초청받을 수 있는 곳인데 우리가 초청된 것은 아시아에서 제일 인정받는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9년 전 시향에 처음 왔을 땐 10년 이내에 일본 오케스트라 수준까지 올려보자고 했는데 이젠 우리 연주가 더 좋다”고 했다. 시향을 이 만큼 키웠으니 당초 약속대로 콘서트홀을 지어달라는 속마음이 숨어있는 발언이다. 그는 “프롬스 콘서트홀은 7000석 규모로 관객들이 누워서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며 부러워했다.

문제는 새 콘서트홀에 대한 관객 수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시향 측은 “지난해 유료 관객이 92%(13만2510명)였고 올해도 63%를 선(先)판매할 정도로 수요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감독도 “공연장을 짓기만 하면 관객들이 찾아오게 마련”이라며 “클래식이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들었다. 정 감독의 소망은 언제쯤 이뤄질까.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속보유저 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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