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합의문 곳곳에 6월 지방선거 협력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구가 있다며 반기는 입장인 반면, 안 의원 측은 “연대는 패배주의적 시각”이라는 안 의원 발언까지 공개하며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신경전을 계속하던 양측이 협력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대는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와 안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의 한 식당에서 1시간10여분간 단독회담 직후 4가지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민주당 박광온 대변인과 안 의원 측 금태섭 대변인이 공동발표한 합의사항은 국가기관 불법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협력, 현 집권세력에 대해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라는데 공감, 기초선거 공천 폐지 촉구 결의대회 함께 참여, 양측 필요한 대화 계속 등 4가지다. 합의문에는 “6월 지방선거에 나설 새누리당 후보들의 공약 신뢰성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는 문구도 들어있다.
민주당은 합의문에 나오는 ‘협력’, ‘현 집권세력에 대한 심판 공감’ 등의 문구에 잔뜩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디테일한 단어 곳곳에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맞서 야권이 힘을 모은다는 의지가 함축돼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정애 대변인은 “계속 협력한다는 것과 현 집권세력을 심판하는데 대해 공감한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회동 후 참모들에게 “함께 나라 걱정을 많이 했고, 유익한 만남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안 의원 측은 회동 결과를 소극적으로 해석했다. 합의문에 나오는 문자 그대로 ‘특검’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국한해서 협력한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안 의원 측은 양자회동 직후 이례적으로 “연대론은 스스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나 의지가 없는 패배주의적 시각”이라는 안 의원의 비공개 회의 발언을 공개했다. 이 발언은 안 의원이 김 대표를 만나기 직전 열린 새정치추진위원회 회의에서 했다고 한다.
안 의원은 회의에서 “정당이 선거에서 스스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으로 어떻게 전투에 나서나. 야권 분열론은 일종의 자기부정”이라고도 했다. 안 의원 측이 양자회동 직후에 뒤늦게 오전 발언을 공개한 것은 민주당의 확대해석에 선을 긋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012년 대선처럼 민주당의 단일화 요구에 쉽게 응하는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 측 일부에서는 이미 3월에 창당을 하고 서울시장 후보까지 낸다고 밝힌 상황에서 김 대표와의 회동을 가지면서 다시 민주당의 ‘단일화 프레임’에 엮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회동에서 김 대표와 안 의원 모두 연대라는 단어를 공개 거론하지는 않았다. 김 대표는 회담 전 기자들을 만나 “지금은 야권연대나 단일화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며 “우리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는 얘기들을 하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도 “연대(연세대) 이야기 하면 고대(고려대) 분들이 섭섭해 한다”며 농담으로 넘겼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양측이 ‘동지적 관계’로 나가야하지만 벌써부터 야권연대 등의 이야기로 앞서 나가면 상황이 어려워진다”며 “서로 신뢰를 쌓아야 되는 단계”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김아진 정건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