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사관의 총력저지 로비전에도 불구하고 버지니아주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 병기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버지니아주 상원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했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 외교소식통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대사는 전날 버지니아 주도 리치먼드를 방문해 테리 매콜리프 주지사와 윌리엄 호웰 주하원의장을 만나 동해 병기 법안 통과를 막아줄 것을 요청했다.
한 소식통은 “사사에 대사가 매콜리프 주지사에게 ‘이 법안이 통과되면 버지니아에 있는 일본 기업들의 철수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며 협박성 발언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WP도 사사에 대사가 지난해 12월 공식 취임 전인 매콜리프 주지사에게 서한을 보내 동해 병기 법안에 반대할 것을 촉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양국 경제관계가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사사에 대사가 미국 국내 입법 활동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주지사와 의원을 만났다면 이는 로비 관련법의 하나인 ‘외국인 대리인 등록법(FARA)’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사사에 대사의 행위는 외교관의 책무를 벗어나 미국 국내 정치 개입으로 비춰질 소지가 높다는 평가다. 이를 의식한 듯 미 일본 대사관측은 “주지사 취임 축하 목적”이라고 말했지만 WP는 동해 병기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한편 버지니아주 상원은 이날 리치먼드 소재 의회 의사당에서 본회의를 열어 데이브 마스덴(민주) 상원의원이 발의한 동해 병기 법안을 찬성 31표, 반대 4, 기권 3표로 가결처리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일본해(日本海)라는 명칭이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명칭”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공립학교로 하여금 학생들에게 ‘동해’를 가르치도록 한 법안이 상원을 통과된 것이어서 역사적 상징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주하원 전체회의가 남아 있는데다 매콜리프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 등 변수가 많다는 지적이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