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미사일 관리 '엉망'… 담당자가 마약까지

美 핵미사일 관리 '엉망'… 담당자가 마약까지

기사승인 2014-01-24 21:47:00
[쿠키 지구촌] 미군의 핵무기 관리 실태와 기강이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핵미사일 담당자가 음주·도박·마약 사건에 연루되거나 자격 미달인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발사 장치가 있는 통제실 문을 열어놓고 잔 장교도 있었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전면 실태 점검과 지휘부 소집 명령을 내렸다.

AP통신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담당하는 미 공군 장교 3명이 불법마약 소지 혐의를 받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전했다. ICBM에는 보통 핵탄두가 장착된다.

몬태나주 맘스트롬 공군기지에서는 소위부터 대위까지 34명이 지난해 8~9월 치러진 월례 숙련도 평가에서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미사일 조정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었다.

지난해 4월 노스다코다주 마이넛의 제91 미사일 항공단에서는 장교 17명이 함량 미달 판정을 받았다. 8월에는 맘스트롬의 제341 미사일 항공단이 안전·보안 검사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공군은 발사 통제시설의 방호문을 열어놓은 장교 2명을 규율 위반으로 처벌했다. 이 중 한 명은 자고 있었다.

지휘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10월에는 핵전쟁 지휘관으로 미 전략사령부의 2인자인 해군 장성이 도박 문제로 해임됐다. 이틀 뒤엔 ICBM 미니트맨Ⅲ를 취급하는 제20 공군 부대장 마이글 케어리 소령이 음주 문제로 해고됐다.

핵미사일 담당 부대의 기강 해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8년에는 B-52 폭격기 1대가 핵탄두를 탑재한 순항미사일 6기가 실린 사실을 모른 채 미국 본토를 횡단했다.

미국 민간조사연구기관 랜드(RAND)사의 조사 결과 2011년, 2012년 군법재판 비율은 핵미사일부대가 공군 전체보다 배 이상 높았다. 장병의 비위 행위가 다른 부대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이 비율은 지난해 들어 감소했지만 여전히 공군 전체 비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핵미사일 담당 장병은 격무와 낮은 보상 탓에 다른 부대원보다 심한 피로감을 느낀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지금까지 나온 실책이나 주장이 국민적 우려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헤이글 장관은 지금이 바로 핵무기를 다루는 군의 기강이나 업무 수행 능력, 지도력, 전문성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데버러 리 제임스 공군장관은 핵미사일 기지를 돌며 기강 해이에 대한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다.

헤이글 장관은 다음주부터 2주간 핵 임무를 감독하는 각 군 최고 사령관을 모아 병력 운용 문제 등을 논의키로 했다. 그는 군내 무능력이나 인사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60일 안에 마련하라고 지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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