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형실거래가제는 의약품의 실거래가를 파악해 가격인하를 유도하여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2010년에 도입돼 시행되다가 2012년 중단됐다가 올해 2월부터 재시행될 예정이다.
제도의 실효성과 부작용 등 논란이 되자 정부는 1월 초 정부(5인)와 공급자(6인), 공익(6인) 등 17인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도입 전부터 실효성 문제로 논란이 됐던 시장형실거래가제는 1년 6개월 시행결과 실거래가 파악에 따른 약가인하 효과는 거의 없었다. 반면 약가 리베이트를 합법화해 우월적 지위를 지닌 대형병원들은 ‘1원 낙찰’이라는 기형적인 계약으로 건강보험 재정에서 최대의 약가구매 이윤을 챙기고 있는 현상이 발생했다.
2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건강세상네트워크, 소비자를위한시민모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시장형실거래가제는 약가 구매이윤을 인정하지 않는 건강보험제도를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약가인하 효과도 거의 없어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제도로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앞장서서 병원계의 이해를 대변하며, 정부 중심의 협의체를 운영하며 제도를 존속시키려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지출 관리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한심한 행태’라며 ‘이에 건강보험가입자 단체인 시민, 사회, 소비자, 환자단체는 정부가 실효성 없는 시장형실거래가제 재시행을 즉각 중단하고, 합리적인 약가제도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시장형실거래가제를 1년 6개월간 시행한 결과, 건강보험에서 지출한 총 인센티브 지급액 1996억원 중 54.6%인 1000억원 가량을 상급종합병원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도운영 결과, 2012년). 그러나 약가 인하율과 그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절감액은 정확한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즉 실거래가 파악을 통해 약가인하를 위해 도입된 제도 도입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반면 의사에게는 처방료를, 약사에게는 조제료를 지급해 약가 구매로 인한 이윤을 인정하지 않는 건강보험 지불체계를 왜곡시키며, 우월적 지위를 지닌 대형병원의 약가 리베이트를 합법화해 주며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시장형실거래가제가 상급종합병원의 배만 불리며, 약가인하 효과도 거의 없고,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합법화해 양성화하는 백해무익한 제도라고 밝히고 있다.
시장형실거래가제는 시행 전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지만 정부가 강행했다. 이들 단체들은 “제도가 정책효과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정부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개선방안을 제시해야 했었다”며 “그러나 정부는 제도 재시행을 앞두고 공청회조차도 하지 않았다. 슬그머니 장관 결재로 재시행을 결정하며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은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덮겠다는 무능과 무책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들은 또 “정부가 제도 재시행 한 달여를 앞두고 급하게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협의체 구성과 운영에 있어 과연 약가제도 개선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정부의 정책이 이해당사자들에 의해 논란이 되면 정부는 합리적으로 결정되도록 조력적인 역할을 하면 된다. 하지만 정부가 전체 “협의체” 구성의 3분의1 비중으로 직접 참여하며 사실상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합리적인 정책결정보다는 정무적 판단으로 정부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협의체를 들러리로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연간 약제비 지출은 약 13조원에 이르며 건강보험 재정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이번에 성명서를 발표한 단체들은 “소득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와 의약품 유통과정에서 나타나는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부담과 제약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철저하게 근절돼야 한다”며 “실효성도 없고 부작용만 양산하는 시장형실거래가제는 폐기되어야하며, 합리적인 약가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 단체들은 정부가 협의체를 통해 시장형실거래가제도를 존속시키려한다면 보험료를 내는 국민보다는 이익집단을 대변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