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로 ‘가장자리’란 의미를 갖고 있는 사헬 지대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에 길게 분포하는 지역이다. 건조 기후인 이 곳에서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수년째 비가 거의 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토 대부분이 사실상 황폐한 상태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HCA)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헬 지대에서 식량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20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30만명보다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 중 250만명은 긴급 구호가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나이지리아, 카메룬, 세네갈은 기아 위험에 직면한 인구가 40% 이상 늘었고, 니제르는 100만명 이상 증가했다. 영양실조에 직면한 5세 미만 어린이들도 500만명이나 된다.
아프리카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이나 전염병도 이들의 식량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니제르는 홍수와 가뭄 뿐 아니라 인근 나이지리아와의 분쟁에 전염병까지 퍼지면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병에 걸려도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해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다.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지역민들 사이의 다툼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하루에 한 끼도 못 먹는 일상이 이어지다 보니 먹을거리를 찾아 거주지를 떠나는 이주민도 늘고 있다. 보고서는 식량을 얻으려는 이 지역 사람들이 주변국으로 밀려들면서 매년 70만명 정도의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버트 파이퍼 OHCA 사헬지역 담당자는 보고서에서 “사헬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지역”이라며 “그 곳 사람들은 지금 절망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OHCA는 매년 사헬 지대 지원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식량 위기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올해 처음으로 3년 장기 계획을 내놨다. 사헬 지대 9개국(부르키나파소, 카메룬, 차드, 말리, 알제리, 니제르, 나이지리아, 세네갈, 감비아)의 위기 현황을 국가별로 면밀히 분석하고, 구체적인 지원을 위한 512개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OHCA는 사헬 지대에 사는 이들을 돕기 위해 20억2500만 달러(약 2조1941억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지난해 17억 달러보다 3억 달러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 금액도 기아에 시달리는 2020만명 중 1180만명만을 지원 대상으로 한 것이다. 말리가 5억6840만 달러로 가장 많은 지원금을 필요로 했고, 이어 차드(5억2740만 달러), 니제르(3억9090만 달러) 순이었다.
그러나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회복이 더뎌 기부금을 모으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시리아 난민 등을 돕는데도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에도 유엔이 요청했던 17억 달러 중 63% 수준인 11억 달러만 모아졌다. 발레리 아모스 OHCA 국장은 성명에서 “사헬지역에서 그 어느 때 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 필요한 지원 규모가 워낙 커 한 기구나 한 조직이 독자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용 세계은행(WB) 총재도 지난해 11월 이 지역을 방문해 “국제 사회가 사헬 지역 주민들을 도와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