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지적하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사상 처음으로 연극 제작 경험이 전혀 없는 평론가 출신에게 예술감독 자리를 맡긴 점이다. 김 신임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로, 그동안 국제연극평론가협회장을 지내는 등 연극평론가로 활발히 활동해왔다. 문체부 관계자는 “예술감독 자리는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중요하기 때문에 평론가 출신이라는 점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현장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연극계는 “예술감독 제도가 시작된 이후 계속 현장의 예술가가 맡아왔으나 이에 대한 이의 제기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이미 상식으로 자리 잡은 것을 변경하려면 그에 대한 다양한 의견 수렴과 논의 과정이 필요한데 그런 노력이나 시도가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역대 예술감독은 극단 연희단거리패를 이끌던 이윤택, 극단 미추 대표 손진책 등 당대를 대표하는 연출가들이 맡아왔다. 한 연극계 인사는 5일 “연극을 밖에서 보는 것과 직접 제작해보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제작 출신 중에서)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결국 정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연극계는 ‘돌려막기’ 인사라는 점도 문제 삼았다. 지난해 7월 국립예술자료원이라는 중요 산하 기관의 수장으로 임명됐던 그를 몇 개월 만에 예술감독으로 빼온 것은 근시안적이고 낭비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예술자료원이라는 자리 또한 매우 중요하고, 김 신임 감독이 그 곳에서 열성적으로 일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간에 그만두고 나온 것은 예술자료원에도 아쉬운 대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계는 김 감독이 내년 한예종 교수 퇴임 전까지 당분간 비상근으로 예술감독을 맡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손진책 전 예술감독은 평생 일궈온 극단 미추를 완전히 내려놓고 예술감독에 임했을 정도로, 그 직책은 한국 연극의 미래를 위한 중책이다”라며 “1년은 비상근으로 있겠다는 소식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체부와 김 신임 감독은 최근 국립극단 예술감독에 대한 정관이 개정되면서 비상근 근무 자체는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명동예술극장과 국립극단 통합을 앞두고 있고, 예술감독이란 직책상 나인 투 파이브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정관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김 신임 감독도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연극원의 초창기 멤버로서 애정도 있고, 학생들의 강의 요청도 있어서 학교를 떠날 수가 없었다”며 “정관이 개정돼 절차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연극계 반발 기류에 대해서도 입장을 설명했다. 김 신임 감독은 “(평론가 출신 예술감독이라는) 전례가 없어 현장에 계신 분들이 걱정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며 “하지만 예술가나 평론가나 어떤 연극이 좋은 연극인지 고민하는 것은 방법만 다를 뿐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열심히 일하다 보면 왜 저 사람이 이 자리에 왔는지 이해받지 않겠느냐”며 “국제평론가협회로 20년간 일하면서 쌓은 국제 경험과 네트워킹을 이용해 연극계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김 신임 감독은 “먼저 국립극단이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연극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이후 네트워킹을 이용해 국제적으로 작품을 알릴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