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법원은 이 사건의 성격을 ‘가진 자의 합법적 탈옥’이라고 했다.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고도 했다.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주범으로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윤길자(69·여)씨의 형집행정지를 도운 남편 류원기(67) 영남제분 회장과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준 신촌세브란스병원 박모(55) 교수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하늘)는 7일 부인 윤씨의 형집행정지를 공모하고 수십억 회사 자금을 빼돌리거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횡령·배임증죄 등)로 구속기소된 류 회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2008~2012년 윤씨의 형집행정지와 관련 허위진단서를 발급한 혐의를 받은 박 교수는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윤씨가 5년 가까이 병원과 집에서 생활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가진자의 합법적 탈옥’으로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며 “국내 유수의 종합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는 박 교수가 허위 진단서를 작성할 경우 이는 형집행정지를 결정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밖에 없어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류 회장의 기소 내용 가운데 영남제분과 계열사에 대한 횡령과 배임증죄 관련 증거 부족 등으로 63억원만 인정했다. 또 류 회장과 박 교수가 윤씨의 진단서를 조작하기로 하고 1만 달러를 주고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증거 부족으로 유죄 선고에서 뺐다. 이어 박 교수의 진단서 3건 가운데 1건은 사실에 가깝다면서 일부만 유죄로 인정했다.
윤씨는 지난 2002년 여대생 하모(당시 22세)씨를 청부살해한 혐의로 2004년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뒤 2007~2013년 3번의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았고, 이를 15차례 연장했다. 이 기간 윤씨는 세브란스 병원에만 38차례 입·퇴원을 반복했다.
하씨의 오빠는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동생 사건으로 형집행정지제도와 관련된 여러 논의가 있었다”면서 “이를 통해 딸 혹은 동생을 잃은 우리 가족이 많은 국민의 관심으로 치유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국민일보DB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