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돌베개 한철희 대표 “숭례문 책냈다고 직위해제라니, 그럼 조선시대 의궤는?”

[직격 인터뷰] 돌베개 한철희 대표 “숭례문 책냈다고 직위해제라니, 그럼 조선시대 의궤는?”

기사승인 2014-02-07 17:09:00


[쿠키 인터뷰] 숭례문 복구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이유로 한 공무원이 직위해제를 당했다. 숭례문 복구단 부단장과 단장으로 작업을 지휘한 최종덕 문화재청 문화재정책국장이 주인공이다.

문화재청은 최 국장의 직위해제 사유가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나쁜 자’라고 했다. 하지만 문화재 전문가들은 숭례문 복원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민감한 시기에 책을 발간한 것을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이를 두고 인터넷에서는 ‘기록했다고 직위해제라니’라는 의견과 ‘공무원이 직무상 일을 출판하다니’라는 반론이 맞부딪쳤다.

언론과 접촉을 끊은 최 국장을 대신해 책 출간을 맡은 도서출판 돌베개의 한철희(57·사진) 대표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을 역임한 한 대표는 인문사회 출판계의 중진이다. 한 대표는 “숭례문 복구와 같은 문화적 공공적 프로젝트는 충실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담당자의 의무”라며 “오늘날 칭송해 마지않는 조선시대 의궤들은 이런 기록정신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다음은 한 대표와 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일문일답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앞으로도 인터넷 논란의 한 복판에 서 있는 인물과 [온라인 직격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

-<숭례문 세우기-숭례문복구단장 5년의 현장 기록>은 언제 처음, 어떤 의도로 기획된 것입니까.

=출판사의 기획이 아니라 저자의 투고 원고였습니다. 숭례문 복구의 책임을 맡았던 저자가 복구의 현장에서 작성한 현장 기록을 토대로 정리한 원고를 보내 왔습니다. (최 국장의 원고가 돌베개에 온 것은 2013년 6월이며 원고 검토와 계약, 편집과 교정 등을 거쳐 책을 만드는 데는 약 6개월이 걸렸다.)

중요한 국가적 공사였던 만큼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해 복구의 전 과정을 꼼꼼히 기록했고,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만큼 그것을 국민들께 보고하는 심정으로 원고를 정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검토 결과 그 내용이 역사적 기록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유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흔쾌히 출간을 결정했습니다.

-최종덕 문화재정책국장은 현재 어떤 상태입니까.

=돌연 직위해제 되어 대기발령 상태에 있지 않습니까. 집필의 취지나 전체적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채 예상치 않은 사태와 파장을 일으키자 크게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최종덕 국장은 저자로서 어떤 분이며, 집필 과정에서 드러난 저자의 모습은 어땠습니까.

=공무원이나 관료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고정된 이미지가 있는데 만나 보니 전혀 그러한 분위기를 풍기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꼼꼼하고 섬세한 학자풍의 인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기록을 할 수 있었구나 싶었고 원고에 대한 신뢰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최 국장은 1990년 기술고시로 건설교통부에 입성했지만, 옛 건축물에 대한 관심 덕에 1996년 문화재청으로 부처를 옮겼다. 한양대 건축공학과 학사와 미국 오리건대 역사보존학 석사, 서울대 건축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책에 기술된 핵심 메시지는 어떤 것입니까.

=숭례문 복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일반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한 책입니다. 화재의 순간부터 준공까지 복구 작업의 전 과정을 단계별, 공정별로 충실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숭례문 복구 작업이 전통 건축기법에 의한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문화재 복원의 한 전기를 이루었지만, 그것을 구현하는 데서 부딪쳤던 현실적 수준과 한계를 토로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 시대의 문화재 복원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록을 남겼다고 불이익을 받아야 하느냐’는 의견이 많습니다. 출판사 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책을 냈다고 직위해제라니요?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황당합니다. 숭례문 복구와 같은 문화적, 공공적 프로젝트의 경우 오히려 충실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담당자의 의무일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날 칭송해 마지않는 조선시대의 의궤들은 바로 이러한 기록정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까.

-반면 ‘공무원이 직무상 일을 저술해 외부로 알리는 게 옳은 것인가’란 질문도 있습니다. 반론이 있습니까.

=공무원이 직무상 취득한 기밀을 함부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번의 일이 거기에 해당 된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출판사 향후 대응은 어떻게 진행될 예정입니까.

=책이 제대로 읽혀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숭례문 복구 문제와 관련하여 일부 언론에서 주목한 몇몇 국부적 이슈 중심으로만 논의를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숭례문 복구의 전 과정과 맥락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문화재 복원 작업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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