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에서 태어난 심석희는 7세 때 다섯살 위인 오빠를 따라 강릉스케이트장을 찾았다가 빙상에 입문했다. 그는 “스케이트장에는 매점도 있고 즐거워서 따라다니다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각종 대회 금메달을 휩쓸며 주목받던 심석희는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선수생활에 유리한 오륜중학교 진학을 위해 서울로 전학했다.
심석희는 중학교 졸업 직전인 2012년 1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린 제1회 동계유스올림픽 500m·1000m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국제무대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불과 두 달 뒤인 2012년 3월에는 세계 주니어 쇼트트랙선수권에 출전해 500m·1000m·1500m 우승과 1500m 슈퍼파이널(3위), 단체종목인 3000m 계주 우승까지 거머쥐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이때부터 심석희의 독주는 시작됐다. 시니어 첫 무대인 2012~201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6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그는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도 맹활약을 이어갔다. 1차부터 4차 월드컵까지 모두 금메달을 거머쥐며 2012~2013시즌에 이어 10개 대회 연속 금빛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1차 대회와 3차 대회에서는 1000m·1500m·3000m 계주를 모두 제패하며 3관왕에 올랐다.
대부분의 여자 선수가 165㎝ 안팎인 쇼트트랙에서 175㎝의 심석희는 키가 꽤 큰 편이다. 탁월한 신체조건과 유연성, 지구력을 바탕으로 한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가 장기이며 1000m·1500m에서는 이미 적수가 없다는 평가다. 빠른 스타트 능력도 갖췄지만 아직 부족한 근력과 순발력 탓에 단시간에 승부가 갈리는 500m 종목에서는 ‘절대 강자’ 왕멍(29·중국)에 뒤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왕멍이 부상으로 소치올림픽에 불참하며 3관왕 이상도 노릴 수 있게 됐다.
심석희는 인테리어나 패션에 관심이 많고 TV나 인터넷 쇼핑몰을 보는게 취미인 영락없는 요즘 10대 여고생이다. 평소 카메라 앞에만 서도 얼굴이 붉어질 만큼 수줍음을 많이 타지만 얼음 위에만 오르면 강심장으로 돌변해 타고난 승부사 기질을 뽐내는 반전 매력을 지녔다. 강력한 경쟁자인 왕멍의 불참에도 “차라리 왕멍 선수가 있었을 때 확실히 승부하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로 불타는 승부근성을 갖고 있다. 닮고 싶은 롤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스스로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숙소에 누웠다가도 부족한 부분이 생각나면 다시 내려와 스케이트화를 신게 된다”는 그는 대표팀 내에서 지독한 ‘연습벌레’로 통한다. 미국 NBC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안톤 오노는 남자 선수들과 훈련하는 심석희를 보고 “안쪽과 바깥쪽을 타는 모습을 보니 맞붙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고 극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