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내가 소 팔아서 딸을 올림픽에…” 미국 여자 스노보드 ‘카우걸’의 골드러시

[소치올림픽] “내가 소 팔아서 딸을 올림픽에…” 미국 여자 스노보드 ‘카우걸’의 골드러시

기사승인 2014-02-13 20:57:00
[쿠키 스포츠] 아버지는 소를 팔아 딸을 뒷바라지했고, 딸은 올림픽 금메달로 은혜를 갚았다.

12일(현지시간) 동계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 미국의 케이틀린 패링턴(25)이 91.75점으로 정상에 올랐다. 패링턴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위가 눈에 띄는 성적이었고, 크게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깜짝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패링턴은 경기후 기자회견에서 금메달을 따내기까지의 사연을 털어놓아 다시 한번 팬들을 놀라게 했다.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한 이후 큰 대회에 나가면서부터 아버지가 내 뒷바라지를 위해 농장의 소를 내다 파셔야 했습니다. 결국 우리 농장에서 소가 모두 사라졌죠. 선 밸리 스키교육재단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말들도 모두 팔아야 했을 겁니다.”

패링턴은 미국 북서부 내륙 아이다호주의 시골 농장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스키를 좋아했던 패링턴은 11세 때부터 어머니에게 스노보드를 배웠다. 패링턴의 언니 제슬린도 스노보드 선수다. 고등학교 시절엔 우시장에 소를 팔러 나가는 아버지를 도와 트럭에 소를 싣는 일을 거들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부모님을 꼽은 패링턴은 이렇게 말했다. “스노보드를 타다가 힘들어 할 때면 부모님은 ‘카우걸, 힘내’ 하고 격려해 주셨어요. 농장에서 보낸 유년시절이 지금의 나를 ‘터프걸’로 만들었고, 오늘 올림픽 챔피언으로 만들었습니다. 금메달을 땄으니 이젠 부모님이 나를 위해 팔았던 소를 아까워하지 않으실 것으로 믿어요.”

패링턴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2009년 무릎 수술을 받았고, 2012년엔 손목이 부러져 또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해 1월엔 캐나다 퀘벡에서 훈련하다 엄지손가락이 부러지기도 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과 부상 속에서 챔피언의 꿈을 놓지 않았던 패링턴은 마침내 과거 챔피언들을 제치고 당당히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2010 밴쿠버 금메달리스트 토라 브라이트(호주)는 은메달, 2002 솔트레이크시티 챔피언 켈리 클라크(미국)는 동메달에 머물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권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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