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8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건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의 아버지 안기원(57)씨가 “이제는 (대한빙상연맹에 대한) 원망이 사라졌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16일 안현수의 금메달 시상식을 지켜본 안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역경을 이겨내고 먼 나라에 와서 힘들게 명예를 회복하는 것을 보니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무엇보다도 한국 국민과 기쁨을 나눠야 하는데 러시아 국민과 나누니 마음이 아팠다”고 운을 뗐다.
이날 금메달을 딴 안현수는 감격에 차 눈물을 흘리며 시상대 꼭대기에 올라 러시아 국가를 따라 불렀다. 이에 대해 안씨는 “한국 사람으로서 애국가를 불러야 하는데 러시아 국가를 부르는 것을 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떻겠느냐”면서 “하지만 한국에서는 도저히 명예 회복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안현수는 2010년을 전후해 부상과 소속팀의 해체와 파벌 갈등 등으로 힘겨운 시절을 보내다가 2011년 러시아 국적을 선택했다. 당시 안씨는 빙상연맹 일부 인사들의 독단적인 처사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안씨는 “운동밖에 모르는 현수가 운동하지 못하게 한 상황이 야속했고, 지켜줘야 할 선수를 지켜주지 못하는 연맹 고위 임원을 원망했다”고 그간의 마음을 고백했다. 이어 “현수를 버린 사람 덕분에 현수가 잘됐으니 이제 오히려 감사하다"면서 "이제는 원망이 사라지고 다 용서했다”고 소외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줄곧 주장해 온 빙상연맹의 문제점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씨는 “연맹에서 한 사람에 권한이 집중돼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한 사람에 의해 행정이 좌우되고 문제 있는 코치가 임명되는데도 올림픽에서 성적이 나면 유야무야되곤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께서도 나서서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한 만큼 민주적으로 변할 수 있도록 연맹 회장님께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고쳐주셨으면 한다. 다시는 안현수 같은 선수가 나오지 않도록 선수들이 편히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