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선수들은 아이스하키장 크기의 111.12m 타원을 비교적 천천히 돌지만 롱트랙 선수들은 그보다 훨씬 커 직선 주로가 뚜렷한 400m를 전력 질주한다. 롱트랙은 개인 기록으로 순위를 매기는 속도 경쟁이지만 쇼트트랙은 다수가 동시에 나와 서로 진로를 방해하며 결승선 선착을 노리는 순위 경쟁이다. 주법이 다른 까닭에 롱트랙 선수들은 뒷굽 날이 신발에서 분리되는 ‘클랩 스케이트’를 신는 등 장비에도 차이가 있다.
롱트랙과 쇼트트랙의 차이점이 이처럼 크기 때문에 테르 모르스의 사례는 더 이채롭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이 정식종목으로 도입된 이후 롱트랙, 쇼트트랙을 함께 소화한 선수는 이전에 없었다. 한국도 지난 밴쿠버 대회 남자 1만m에서 깜짝 금메달을 획득한 이승훈(24)이 쇼트트랙 선수에서 롱트랙으로 전환한 케이스로 주목받았지만 그는 완전히 종목을 바꾼 경우다.
테르 모르스는 전날 쇼트트랙 1500m 결승전을 뛰고 바로 이날 롱트랙의 같은 거리를 달려 올림픽의 새 역사를 썼다. 특히 롱트랙에서 경쟁자들을 압도적으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획득해 각국 선수, 지도자,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들은 테르 모르스의 주종목이 롱트랙이 아닌 쇼트트랙이라는 사실에 더 큰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
예로엔 오테르 네덜란드 감독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테르 모르스가 롱트랙 금메달보다 쇼트트랙 동메달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르 모르스가 쇼트트랙에 품은 애정이 대단하다”며 “그에게 롱트랙은 그냥 취미활동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테르 모르스는 소치올림픽에서 쇼트트랙 3000m 계주, 500m, 1500m에 나왔으나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도 3000m 계주, 1000m, 500m에서 분전했으나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그는 “내가 두 종목을 어떻게 함께 소화하고 있는지 내가 봐도 신기하다”고 말했다. 테르 모르스는 18일부터 시작되는 쇼트트랙 1000m에서 자신의 꿈인 쇼트트랙 메달 획득에 재도전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