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여기저기서 기독교인 수난… 나이지리아서도 기독교 마을 습격으로 100여명 사망

지구촌 여기저기서 기독교인 수난… 나이지리아서도 기독교 마을 습격으로 100여명 사망

기사승인 2014-02-17 22:23:00
[쿠키 지구촌] 아프리카·중동 지역에서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이슬람 세력의 테러 공격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집트로 성지순례를 떠난 한국인 교인들이 테러 공격을 받는가 하면 나이지리아의 한 기독교인 거주 마을도 이슬람 과격 단체 소속으로 보이는 괴한들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로이터는 무장괴한들이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주(州)의 한 마을을 습격해 주민 106명이 살해당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군복 차림의 괴한 100여명은 이날 밤 트럭 6대와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로 들어와 사제 폭탄을 던지고 총을 무차별 난사했다. 5시간 정도 이어진 테러 공격으로 건물 수십 채가 파괴됐고 주민 수백 명은 인근 마을로 대피했다. 괴한들은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숨어있는 주민이 있는지 확인했고, 이들을 한 장소에 모아 무차별 살인을 저질렀다.

현장을 탈출한 한 주민은 당시 괴한들이 “알라는 위대하다”는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알리 엔두메 보르노주 상원의원은 “현재까지 노파 한 명을 포함해 1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고받았다”며 “시신 60구는 매장했고 나머지도 장례를 치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마을은 기독교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기독교인을 노린 이슬람 단체의 테러 활동이 격화되면서 정부는 지난 5월 이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테러가 이슬람 과격 단체인 보코하람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보코하람은 현 정부를 무너뜨리고 이슬람국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2002년 결성됐다. 이들은 나이지리아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수차례 기독교인들을 공격해 최근 4년간 3600여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굿럭 조나단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보코하람을 불법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소탕 작전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달 26일에도 보코하람의 소행으로 보이는 테러 공격이 나이지리아 북동부에서 발생해 최소 99명이 숨진 바 있다. 당시 아다마와주에 위치한 가톨릭교회도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 교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을 때 괴한이 교회에 침입해 기관총을 난사하고 폭발물을 터뜨려 45명을 살해한 것이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이슬람 세력이 기독교계 주민에 대한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지난해 12월 초 수도 방기에서 이슬람계 반군연합 ‘셀레카’ 무장대원들이 민가를 돌며 주민 1000여명을 학살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 셀레카의 수장이던 미셸 조토디아 임시 대통령과 니콜라스 티앙가예 임시 총리가 동시에 사임하면서 과도정부는 이슬람계와 기독교계의 내전이 종식됐다고 발표했지만 종교간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지난해 9월 이슬람 세력인 파키스탄탈레반(TTP)이 교회를 겨냥한 테러를 저질러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기독교인 80여 명이 사망했다. 참사가 일어난 북서부 페샤와르는 100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기독교와 이슬람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던 지역이다.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 공격은 특히 성탄절 전후에 많이 발생한다. 성탄절이었던 지난해 25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기독교인을 노린 폭탄 테러로 최소 37명이 숨졌다. 테러범들의 정확한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독교인이 밀집한 곳에서 테러가 발생했다는 점 때문에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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