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우치 다쿠(27)가 병마를 딛고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산악 클러스터의 루스키 고르키 점핑센터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남자 단체전 경기에서 일본은 1024.9점을 얻어 독일, 오스트리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1998년 나가노 대회 이후 16년 만에 올림픽 메달 획득을 노린 일본 대표팀의 전망은 사실 밝은 편이 아니었다. 가사이 노리아키가 개인전 은메달로 상승세이긴 했으나 42세의 노장이고, 이토 다이키는 무릎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다케우치 다쿠(27)의 병세가 심각했다.
다케우치는 1월 유럽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도중 천식 증세가 심해져 일본으로 중도에 귀국해야 했다. 천식인 줄만 알았던 그의 병명은 병원 진단 결과 처그 스트라우스 증후군으로 밝혀졌다. 이 병은 천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 가운데 육아종성 혈관염이 하부기도 정맥과 세정맥을 비롯해 여러 장기에 침범하는 자기면역질환의 하나로 심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다케우치는 약 2주간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올림픽 출전은 어려울 듯 보였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에 서겠다는 집념으로 다케우치는 기어이 올림픽 시상대 위에까지 올랐다.
다케우치는 경기를 마친 뒤 “매우 힘든 시간이었다.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그는 “가족과 다른 사람들의 도움과 응원에 힘입어 소치까지 올 수 있었다”며 “팀 선배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체중도 많이 빠져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예전의 나와는 많이 달라졌다”며 “아마 운동을 그만두는 것이 옳은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지난해 12월 내가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 사진을 크게 뽑아 오셨다”며 “그 사진을 보면서 다시 메달에 대한 욕망이 강해졌다”고 털어놨다.
42세 베테랑 가사이는 “다쿠를 생각하면 목이 메고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며 “꼭 그에게 메달을 안겨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