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현지시간) 관광버스 테러가 발생한 타바를 비롯해 시나이 반도 동남부는 이집트가 정국 불안으로 관광객 감소를 겪는 상황에서도 외국인에게 인기를 누린 여행지였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는 시나이산, 사람이 건널 수 있도록 홍해가 갈라졌다는 수에즈 운하 등 성지순례 코스와 홍해 연안에 조성된 휴양지가 이점이었다. 이 때문에 시나이 반도에는 순례객 뿐 아니라 겨울을 피해 휴가를 오는 유럽인이 많았다. 관광버스 테러는 이 효자 지역에마저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집트 관광산업은 2000년대 들어 오랫동안 호황을 누렸었다. 한 해 관광객 수는 2007년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한 뒤 3년 만에 1470만명까지 치솟았다. 2010년 관광 수익은 120억 달러(13조원)에 달했다.
관광산업이 망가진 건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퇴진 이후 치안 공백이 발생한 2011년부터다. 그해 이집트를 방문한 외국인은 985만명으로 1년 만에 33%(485만명) 줄었다. 이집트 국민이 새 대통령(무함마드 무르시)을 선출하면서 안정을 되찾는 듯했던 이듬해에는 다시 1000만명대를 회복했지만 상승세를 이어가진 못했다. 지난해 관광객은 이슬람주의를 강화하던 무르시가 군부에 축출되고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면서 2007년 이후 가장 적은 946만명까지 줄었다.
이집트는 관광산업으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의 10% 이상 차지하고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국민은 전체 고용인구의 13%를 차지한다.
헤샴 자아주 이집트 관광부 장관은 이번 사건 직후 파리에서 온 관광객을 마중하려던 기존 일정 등을 모두 취소하고 한국인 피해자들을 만났다. 이집트 정부는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테러 공포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당장 성지순례를 가장 많이 가는 국가 중 하나인 한국이 사건 직후 특별여행경보를 내렸고, 성지순례를 계획했던 여행사와 관광객들은 일정을 무더기로 취소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전 세계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만큼 다른 나라 관광객도 한동안은 이집트 여행을 꺼릴 것으로 예상된다. 테러범들로서는 이집트 경제에 타격을 주겠다는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슬람 반군이 표적을 이집트 군경에서 외국인 관광객으로 바꿨다는 신호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를 이끌었던 카말 하비브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무장단체의 테러 대상이 (군경에서) 관광산업으로 바뀌고 있다”며 “무장단체의 성전(聖戰)에 새로운 국면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