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82년 인도양 레위니옹 섬에서는 아동 1615명이 시골인 프랑스 중부 크뢰즈로 옮겨져 중산층 가정의 하인이나 농장 근로자가 됐다. 프랑스 하원은 18일(현지시간) 이 과정에서 국가가 한 역할을 공식 인정하는 결의안을 찬성 125표, 반대 14표로 통과시켰다고 일간 르몽드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결의에는 국가가 피해자들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소홀히 했다며 이 문제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심화·확산할 것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강제 이주는 인구가 급증한 레위니옹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지방의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려던 것이었다. ‘도둑맞은 아이들’로 불리는 아동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정신병원에 수용되기도 했다.
당시 정책을 주도한 건 레위니옹 국회의원이었던 미셸 드브레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프랑스 5공화국 초대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결의안 발의자인 레위니옹의 에리카 바레이 하원의원은 “드브레는 사람과 다양성이라는 측면을 완전히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레위니옹은 식민지였고 우리는 노예제를 경험했다”며 “피해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2년 한 피해자는 국가가 미성년자를 납치·격리했다며 10억 유로(약 1조4663억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기각당했다. 소멸시효 만료가 이유였다.
이날 통과된 결의에도 배상 관련 내용은 없다. 다만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만큼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나 지원 가능성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