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과 ‘엑소’가 좋은 깜찍 발랄 10대들=올해 19세인 김아랑은 항상 웃는 얼굴로 경기에 임해 대표팀의 ‘분위기 메이커’로 불린다. 그를 지도했던 강병혁 감독은 “선수로서 대성할 수 있는 인성을 갖추고 있다”고 극찬했다.
쇼트트랙 조남규 코치가 2012년 교통사고로 왼쪽 팔을 크게 다쳐 병상에 누워있을 땐 손수 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했다. 편지엔 “쌤이 열심히 치료받으실 동안 저는 더 열심히 운동하고 있을게요. 쌤 못 봐서 짱짱 보고싶어요”라고 썼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아이돌 엑소(EXO)의 시우민에게 가있다. 김아랑의 휴대전화 배경화면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시우민으로 장식돼 있다.
3000m 계주 금메달의 일등공신인 ‘에이스’ 심석희(17)는 인테리어와 패션에 관심이 많고, 인터넷 쇼핑몰 구경이 취미다. 특히 아이스크림 사랑이 유별나다. 태릉선수촌에는 아이스크림이 없어 일주일에 한번 외출을 나갈 때마다 아버지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었다고 한다.
심석희가 계주 때 신은 초록색 스케이트는 오빠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지난해 3월 선물한 것이다. 당시 심석희는 스케이트에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기를 새겨 달라고 특별히 부탁했다. 심석희는 이 스케이트를 신고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했고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귀화 한국인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공상정(18)은 아이돌 뺨치는 귀여운 외모로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2011년 12월 귀화해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버지는 외과전문의다.
◇대표팀의 대들보 조해리·박승희…‘오뚝이’ 공통점=조해리(28)는 전성기인 10대 후반~20대 초반을 허무하게 날려 보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는 나이제한 규정(만 15세)에 걸렸고, 2006 토리노 대회를 앞두고 발가락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3000m 계주에서는 1등으로 들어왔지만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중국에 금메달을 내줘야했다. 지긋지긋한 올림픽 징크스였다.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그는 “한때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놨을 정도로 좌절감이 컸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어머니 유인자씨는 딸의 금메달 소식에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것 같아 너무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조해리는 ‘빙상 여제’ 이상화와도 각별하다. 경기를 앞두고 서로 SNS에 응원 글을 남기고, 태릉선수촌에서 함께 산책하며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박승희(22)는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유자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 이한빈과의 연애사실도 스스럼없이 공개했다. 2010년엔 한 잡지에서 ‘스포츠스타의 몸’을 주제로 화보를 촬영해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소치 대회에선 500m에서 두 번이나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나 달리는 투혼으로 ‘오뚝이’라는 별명을 새로 얻었다. 자신의 좌우명인 ‘포기하지 마’를 몸소 보여준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황인호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