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정진석 추기경 때와 비교해보면 여러 면에서 달랐다. 당시 서임식은 성 베드로 광장에서 1만 여명이 넘는 전 세계 순례객들의 환호 속에 치러졌다. 하지만 이번엔 성 베드로 대성당 실내에서 각국의 고위 성직자와 외교 사절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열렸다.
8년 전에는 700명이 넘는 한국 순례단이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염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에 따라 천주교 신자들에게 추기경 서임식 참가를 위한 순례단 모집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월 신임 추기경들에게 서한을 보내 “추기경은 영예도 장식도 아닌 봉사직일 뿐”이라며 “서임을 소박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되, 세속적 과시나 금욕, 청빈이라는 복음의 정신에 어긋나는 형식이 되지 않도록 명심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바티칸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식은 파격적이라고 할 정도로 검소하고 소박하게 치러졌다. 당시 교황은 화려한 레이스나 프릴 장식이 달리지 않은 단순한 디자인의 옷을 입었고, 교황의 상징인 ‘어부의 반지’도 순금이 아니라 도금한 은으로 제작하도록 했다. 또 1시간 남짓으로 즉위식을 짧게 한 뒤 방탄 차량 대신 덮개가 없는 무개차를 이용해 순례객들과 만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