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치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상원 신임투표를 앞두고 한 연설에서 “이탈리아는 숨 막히는 관료제에 얽매인 나라가 됐다”며 “나라가 녹슬고 마비됐을 지경”이라고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가 처한 위기를 유럽 전체의 문제로 돌리려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렌치 총리는 “이탈리아의 공공부채 원인을 유럽연합(EU)의 채근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며 “메르켈 독일 총리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요구와는 상관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 대한 의무”라고 밝혔다. 현재 이탈리아의 공공부채는 2조 유로(약 2945조원)에 이르고, 실업률은 12% 정도다.
그는 구체적으로 국가가 사(私)기업에 진 수백억 유로의 빚을 즉시 갚고 급여소득세를 대폭 감면하겠다고 약속했다. ‘100일 개혁’ 프로그램을 제시하며 내각 출범과 함께 선거법, 노동시장, 행정, 세제 등의 분야를 손보겠다고 했다. 렌치 총리는 “더 이상 핑계는 없다”며 “(개혁의) 도전에서 패배하면 책임은 온전히 나의 몫이 될 것”이라고 개혁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렌치 내각은 이날 실시된 신임투표에서 민주당과 중도우파 세력의 지지를 바탕으로 찬성 169표, 반대 139표를 얻었다. 통과는 했지만 반대표도 적지 않아 개혁 추진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엔리코 레타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재신임 투표에서 찬성 173표를 받았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 중에 이탈리아를 방문해 렌치 총리를 만날 계획이다. 미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렌치 총리의 리더십에 지지를 표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