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의 부스가 위치한 MWC의 제3전시장에는 화웨이. 레노버, ZTE 등 중국 기업들의 전시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뛰어넘어야 할 경쟁자를 의식한 듯 삼성전자의 왼쪽 맞은편에서는 ZTE가, 오른쪽 맞은편에서는 화웨이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레노버가 부스를 차리고 브랜드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업체는 최근 모토로라를 인수해 단숨에 시장 점유율 3위로 뛰어오른 세계 최대 PC제조사 레노버다. 레노버는 이번 MWC에서 신제품 태블릿PC인 ‘요가 태블릿 10 HD+’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3세대(3G) 스마트폰인 ‘S 시리즈’ 3종을 공개했다.
시장 선두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제이디 하워드 레노버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존경할만한 경쟁자이고, 그들의 혁신이 우리를 더 발전하게 한다”면서도 “한국 사용자들은 영리하고 혁신에 목말라 있다. 한국 시장에 들어올 생각이 있다”면서 발톱을 숨기지 않았다.
LG유플러스를 통해 한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밝힌 화웨이는 한국 시장을 “최후의 공략 대상”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화웨이는 이번 MWC에서 웨어러블 기기에까지 손을 뻗쳐 삼성전자가 ‘삼성 기어2’ ‘기어2 네오’ ‘기어 핏(Fit)’을 공개한 것보다 앞서 스마트 시계 ‘토크밴드’를 발표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중간격 제품인 패블릿(Phablet) 신제품 ‘미디어패드 X1’도 공개했다. 7.1인치 풀HD급 화면에 두께 7.18㎜의 초박형 제품이다. 4세대 롱텀에볼루션(4G LTE)도 지원한다.
제품력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ZTE도 6인치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그랜드메모2’를 비롯해 다양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전시했다.
중국 업체들은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신뢰도를 얻지 못한 상황이며 스스로 그런 약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프리미엄급 하이엔드 제품의 경우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라인업을 확대하고 웨어러블 시장에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들이 경계할 만하다. 가격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레노버 요가 태블릿 10 HD+의 가격은 349달러(약 37만4000원)로 삼성전자의 10인치 태블릿PC ‘갤럭시탭3 10.1’이 399달러(42만9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저렴하다, 화웨이 토크밴드의 가격은 99유로(약 14만6000원)에 불과하다. 현장에서 만난 국내 업체 관계자는 “레노버 등은 준수한 퀄리티의 제품을 싸게 잘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서 “기기의 완성도나 디테일은 부족하지만 계속해서 도전을 하고 있다. 글로벌 3위 싸움은 제품보다는 전략의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