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라루스는 이웃 국가의 정권교체 사태에 충격을 받은 듯 반정부 시위에 대비해 법률 재정비 작업에 착수했다. 벨라루스 의회는 24일(현지시간) 비상사태 상황에서 진압 경찰이 강경 진압을 벌이다 생긴 사고에 대해 책임을 면제해 주는 내용의 ‘비상사태법’ 개정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의회는 지난해 12월 이 개정안을 받았지만 그동안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다가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한 뒤 본격 심의에 들어간 것이다. 이 법안엔 군인 등이 유사시 시민들에게 가한 위해는 위법이 아니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비상사태 상황에서는 보안당국이 검찰 허가 없이 민간인 감청을 할 수 있고, 언론 매체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4년 이후 벨라루스를 철권통치 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야누코비치 정권이 러시아의 천연가스 가격 인상 협박으로 인해 유럽연합(EU)과 무역협정을 중단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때문에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틱 3국과 폴란드 등은 러시아에 대한 수입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전체 유럽 가스 공급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이른다.
리투아니아는 한국에서 3억3000만 달러(약 3500억원) 규모의 천연가스 저장선을 주문했다. 러시아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제 천연가스를 중단할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부터 이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폴란드는 최근 10억 유로(약 1조4648억원)를 들여 발틱해 주변에 가스 저장 시설을 완공했고, 카타르에서 가스를 수입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한편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지역에선 25일 야누코비치 정권을 몰아내고 집권한 임시정부를 반대하는 집회가 사흘째 이어졌다. 친러시아 성향의 시위대 수천 명은 임시정부를 ‘도적떼’로 규정하며 “수도 키예프에서 정권을 탈취한 파시스트들에 맞서 무기를 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는 아예 우크라이나에서 독립하겠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도 크림반도를 자국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크림반도를 찾은 러시아 대표단은 이 곳 주민들이 원한다면 러시아로의 병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크림반도의 항구 도시인 세바스토폴 거리엔 러시아군 장갑차 1대와 러시아 군인을 실은 트럭 2대가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시의회 청사 앞에도 우크라이나 국기 대신 러시아 국기가 펄럭였다. 레이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권 국가 모임) 문제 담당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시위대를 만나 “러시아어를 쓰는 우리 동포가 안전에 위협을 받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크림반도가 새 정권에 불복하고 러시아 측으로 돌아서면 우크라이나는 전면 내전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의회에서 “일부 지역에서 분리주의 징후가 있다”며 이러한 시도에 강경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