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죽음 이르게 한 ‘짝’ 폐지해야 마땅… 유사 프로그램들도 점검해야”

최민희 “죽음 이르게 한 ‘짝’ 폐지해야 마땅… 유사 프로그램들도 점검해야”

기사승인 2014-03-07 15:05:01


[쿠키 사회]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SBS 공개맞선프로그램 ‘짝’ 프로그램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민희 의원은 7일 논평을 내고 “고인의 정확한 사망원인과 SBS 제작진의 책임 여부는 수사를 통해 밝힐 일이지만 이와 별도로 짝은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출연자가 죽음에 이른 예능을 웃으며 보란 말인가”라고 밝혔다.

이어 “사망한 출연자의 유서를 보면 제작진이 고인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촬영 도중 고인과 연락을 취한 고교 동창은 제작진이 ‘고인을 불쌍한 캐릭터로 만들려 했다’고 주장하며 고인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사실이라면 제작 과정에서 고인이 큰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SBS와 제작진의 책임여부를 떠나서 짝은 폐지하는 것이 답이다. 아울러 각 방송사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요즘 유행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나 ‘서바이벌’ 프로그램 ‘관찰예능’ 프로그램에서 또 다른 문제는 없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할 것이고 방송계 전반의 진지한 성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SBS 한 고위관계자는 “폐지 여부는 결정된 사항이 전혀 없다”며 “임원진급에서 다각도로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인데 폐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뭔가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 아닌가”라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고, 신중하게 판단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일 오전 2시15분쯤 짝 출연자인 전모(29·여)씨가 서귀포시 하예동 모 펜션의 숙소 화장실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전씨는 지난 달 27일부터 남성 출연자 7명, 여성 출연자 5명, 스텝 등 모두 40여명과 함께 짝 프로그램을 촬영 중이었으며 최종 선택인 마지막 촬영을 남겨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짝> 폐지안한다면, 시청자에 대한 폭력이다 논평 전문’

-출연자가 죽음에 이른 예능을 웃으며 보란 말인가-

지난 5일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짝>의 여성 출연자가 촬영장 숙소에서 목을 매 자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건 직후 SBS는 유가족과 출연자에게 사과하며 사후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프로그램 폐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망한 출연자의 유서를 보면 제작진이 고인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촬영 도중 고인과 연락을 취한 고교 동창에 의하면 제작진이 ‘고인을 불쌍한 캐릭터로 만들려 했다’고 주장하며 고인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내용은 “맺어지는 커플들을 부각시키려고 내가 혼자 있는 장면을 너무 많이 찍는다”, “화장실 앞까지 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괴롭다”, “내가 너무 이상하게 방송될 것 같아 PD에게 편집을 부탁해야겠다”는 등 말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제작 과정에서 고인이 큰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고 볼 수 있다.

고인의 정확한 사망 원인과 SBS 제작진의 책임 여부는 수사를 통해 밝힐 일이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짝>은 폐지하는 것이 마땅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의 극단적인 사건이 있기 전부터 <짝>은 숱한 논란과 문제를 일으켜왔다.

첫째, <짝>은 출연자들을 처음에는 외모로, 이후에는 경제력과 스펙으로 끊임없이 비교·평가하고, 경쟁하도록 부추기는 등 왜곡된 이성관을 조장해왔다. 단 7일간의 만남에서 비교당하고 선택받고, 선택하는 과정은 진정성있는 사랑이나 이성간의 만남을 보여주기에는 애초부터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출연자가 경력을 조작하는 일도 벌어졌다.

둘째, 미혼의 남녀가 모여 단 일주일동안 자신의 반려자를 찾아가는 과정은 "남녀가 짝을 찾아가는 실제 만남 과정을 통해 한국인의 사랑을 살펴보고자 한다"는 프로그램 기획의도와 달리 시청자의 관음증을 자극하는 등 부작용이 더 컸다. 일반인 출연자들은 애정촌에 들어오는 순간, 자신의 모든 행동이 카메라에 담기게 된다. 생전 처음 만난 출연자들은 스펙, 외모로 상품화되어 몇 차례에 걸쳐 이성의 선택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출연자들의 극단적인 감정변화를 프로그램의 재미로 포장했고, 출연자들을 도구화하여 시청자의 엿보기 심리를 자극했다. 실제로 ‘애정촌’에는 화장실 이외에 카메라를 피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가족과 통화할 때조차 지정된 전화기만 사용해야 하고, 전화 내용은 전부 녹음되었다. 아무리 출연자들이 사전에 동의를 했다 하더라도 이정도면 인권유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유쾌하거나 감동어린 재미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셋째, 지난 2월에는 한 출연자가 데이트권을 얻기 위한 씨름 대결을 벌이다 심각한 다리 부상을 당해 중도 퇴소했고, 지난해 8월에는 커플 달리기 게임 도중 넘어져 뇌진탕 판정으로 치료를 받는 등 파트너를 둘러싼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출연자가 부상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또한 신상털기, 연예인 지망생이나 쇼핑몰 운영자의 홍보성 출연, 각본논란 등 숱한 논란과 구설수가 있어 왔다. 프로그램 제작 전반에 문제가 누적되어 왔던 것이다.

넷째, 무엇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고인과 그 유가족을 비롯해 다른 출연자와 제작진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죽어나간 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다시 보여주며 웃고 즐기라고 강요하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지금으로서는 SBS와 제작진의 책임여부와 무관하게 <짝>을 폐지하는 것이 답이다. 아울러 각 방송사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요즘 유행하는‘리얼리티’프로그램이나 ‘서바이벌’프로그램, ‘관찰예능’프로그램에서 <짝>과 유사하거나 또 다른 문제는 없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방송계 전반의 진지한 성찰을 촉구한다. <끝>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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