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동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출전을 강행했다. 인터넷 모금으로 여비를 마련해 마침내 러시아 소치에서 크로스컨트리 좌식스키 완주를 해냈다.
소치 패럴림픽 남자부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좌식스키에 출전한 호세 아우구스토 페레스(42·미국). 그는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소치의 라우라센터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12.5㎞에 출전해 19명 중 최하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순위는 그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 “나의 힘을 모두 쏟아낸 데 만족합니다. 곧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성적에 의미를 둘 필요가 있나요?” 그 순간 만큼은 그의 표정에서 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스스로를 ‘4기암 용사’라고 부르는 페레스는 1년 전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페럴림픽에 나가 뛰어야 되겠다고 결심했다. 젊은 시절 미국에서 살 이유를 만들어준 아내를 위해 뭔가 해주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가 암 진단을 받은 2000년 이후 아내 브렌다는 쌍둥이(10)를 키우며 그의 매니저 역할을 해 왔다.
페레스는 2003년 암 때문에 왼쪽 다리를 절단하고 퇴원하자마자 목발을 짚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재활에 매진했다. 축구를 할 수 없게 된 그는 휠체어컬링을 시작했다. 2006년 토리노 패럴림픽, 2010년 밴쿠버 패럴림픽에 출전했고 세계선수권대회에도 네 차례나 나섰다. 그는 2008년 미국에서 휠체어컬링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해의 컬링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페레스는 어머니와 삼촌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2012년 네 번째로 암이 재발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의사의 권고까지 무시한 채 새로 시작한 크로스컨트리 훈련을 강행했고, 몰래 월드컵에도 출전했다. 그리고 마침내 소치에서 스스로 가족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기로 한 약속을 지켜냈다. 그리고 페레스의 스포츠를 향한 열정은 식지 않고 있다. 그는 90일마다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아야 할 정도로 몸이 좋지 않지만 운동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고 했다.
“운동은 나에게 자유를 주고, 내가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힘입니다. 아프고 멍 들고 장비가 부러져도 상관없습니다. 이렇게 뛸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