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정보기관에 대한 감독권한이 있는 상원 정보위원장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이 수장으로 있는 CIA의 의회 조사 방해 혐의와 과거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 은폐 혐의를 공식 제기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미국 상원 정보위원장은 11일(현지시간) 상원 연설을 통해 “CIA의 테러 용의 체포자들에 대한 가혹 혐의 등을 조사해 온 상원 정보위원회 직원들의 컴퓨터를 지난달 CIA가 검색하고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이는 CIA의 국내 사찰을 금지한 연방법 위반이자 3권 분립을 명시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또 이번 의혹이 불거진 직후 CIA에 부적절한 수색이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의회와 CIA의 갈등은 상원 정보위가 CIA에 대한 대규모 조사에 착수하면서 촉발됐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CIA가 9·11 테러 용의자들을 비밀감옥에 감금하고 고문을 가하는 등 반인륜적 행위를 했다는 문제가 2009년 제기됐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 같은 CIA 프로그램을 폐지한 뒤에도 상원 정보위에서 조사에 나서자 CIA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정보위는 버지니아주 북부의 CIA본부 인근에 조사실을 마련하고 수백만 쪽 분량의 CIA 서류를 수년에 걸쳐 검토하는 등
조사를 진행해 왔다.
특히 파인스타인 위원장이 평소 정보기관의 활동에 우호적이고 9·11테러 이후 CIA의 조직 확대를 지지해 왔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에 한층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존 브레넌 CIA국장은 이날 미 외교협회(CFR) 연설 등에서 파인스타인 위원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이번 사안은 적절하게 처리되고 있으며, 적절한 당국에 의해 감독되고 있고, 사실이 곧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레넌 국장은 직전에 백악관 대(對)테러·국토안보 보좌관을 역임했다.
하지만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이에 대해 “브레넌 국장이 지난 1월 상원 정보위 직원들의 컴퓨터를 ‘수색’했음을 인정했고, CIA 감찰관도 이것이 범죄 행위에 해당하는지 법무부에 문의했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