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현지 언론들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이 크림반도 바로 위에 위치한 헤르손주에서 비상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군 당국은 이 훈련을 위해 서부 리보프 지역에 주둔하던 부대를 크림반도 인근으로 이동시키고, 북서부 쥐토미르스크주의 제30 독립기계화여단 소속 탱크와 장갑차도 대규모 출동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림반도에서 군사 충돌이 벌어질 것을 대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서방 측에 군사지원을 요청했다. 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크림반도의 상황이 러시아군 파병 등으로 악화되고 있다”며 미국과 영국 등에 외교·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수단을 모두 동원해 달라고 했다. 이번 요청은 1994년 체결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따른 것이다. 당시 미국 영국 등은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안보 등 문제가 생겼을 때 도와주기로 약속했다.
미국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크림공화국의 러시아 합병 관련)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했다”며 “그러나 라브로프 장관으로부터 만족할만한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번 대화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화합을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크림공화국이 국제법에 따라 자신들의 운명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권한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양측은 수차례 우크라이나 사태를 외교로 해결해야한다고 입을 모아왔지만 ‘우크라이나 주권 보호’(미국) ‘크림 자결권 존중’(러시아)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짝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