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거취' 여권내 계파갈등 조짐

'남재준 거취' 여권내 계파갈등 조짐

기사승인 2014-03-12 23:27:00
[쿠키 정치] 국가정보원의 간첩사건 증거 위조 의혹이 새누리당 내부의 계파 갈등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친이(친이명박)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 의원들은 남재준 국정원장의 경질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친박(친박근혜) 주류를 주축으로 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검찰 수사가 먼저”라며 문책론에 제동을 걸었다.

남 원장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조성된 여야 대립 구도에 여권 내분까지 겹치는 형국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물론 새누리당 비주류도 남 원장 경질 요구에 가세하면서 친박 주류가 포위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광역단체장 경선 후보 중에선 처음으로 정몽준 의원이 남 원장 경질 필요성을 제기했다. 여권 내부에서 남 원장 경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될 경우 계파 간 정면충돌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12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국정원의 철저한 쇄신을 위해서는 남 원장에 대한 책임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원이 증거 위조 사실을 알았다면 묵인 내지 은폐한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이인 이재오·정병국·김용태 의원에 이어 심 최고위원까지 경질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여권 내부에서 최초로 남 원장의 경질을 촉구했던 이재오 의원은 거듭 사퇴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원인 제공을 국정원이 했다”면서 “국정원장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고, 자리를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주류들은 남 원장 거취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지 못할 경우 지방선거 필패라는 논리를 앞세워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방선거 후보자들과 당권 도전자들의 정치적 셈법은 복잡하다. 남 원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입장에 기울어 있지만 당내 경선과 전당대회에 참여하는 새누리당 당원들이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갖고 있어 신중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정 의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남 원장 경질과 관련해 “오래 전 회의에서도 그렇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남 원장이 지난해 6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이어 증거 위조 의혹에 대해서도 궁극적인 책임이 있는 만큼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즉각적인 경질 요구를 거부하고 ‘선(先) 검찰수사, 후(後) 문책론’을 꺼내들며 남 원장 구하기에 나섰다. 하지만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경질 요구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황우여 대표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문책론을 펴기보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린 후 그 책임 소재에 따라 엄격히 책임을 논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게 우리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인제 의원은 “미국 정보기관의 ‘스노든 사태’를 보면 미국 야당은 정쟁으로 삼지 않았고, 미국 정보기관 책임자도 교체된 일도 없다”며 야당을 비판했다.

민주당은 물을 만난 듯 총공세를 이어갔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지체없이 남 원장을 해임하고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며 “현재까지 드러난 증거만으로도 국정원장 해임사유는 넘친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하윤해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