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후원자의 신원 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전체 후원건수 2425건의 70%에 달했다. 후원자 직업란에는 자영업으로 기재한 건수가 798건으로 가장 많았고 회사원이 490건으로 뒤를 이었다. 사업(101건), 사업가(30건), 회사대표(15건), 직장인(15건), 회장(10건), 사업자(6건), 경영인(4건), 대표(5건) 등 불명확한 표현이 많았으며 47건은 ‘기타’로, 공란으로 남긴 건수도 54건이나 됐다.
주소 미기재도 20건에 달했으며 동일인이 여러 국회의원에게 후원하면서 직업을 다르게 명기하거나 달랑 이름만 기재해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정치자금 후원자는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직업, 전화번호 등 인적사항을 기재해야 하지만 대부분 신원공개를 꺼리는 데다 위반 시 처벌조항이 없어 ‘익명성 후원’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허점 때문에 자칫 떳떳하지 못한 후원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례로 한국투자공사(KIC) 안홍철 사장은 지난해 사장 취임 전에 새누리당 친박 핵심 의원들에게 직업과 주소를 달리해 기부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자료에 따르면 안 사장은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서병수, 유정복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씩 총 15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진보정당의 모금액 약진도 눈에 띈다. 정의당과 통합진보당 모두 전년 대비 1인당 평균 모금액이 큰 폭으로 증가해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평균 2000만원 가량 앞섰다. 특히 통진당은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과 정당해산심판 청구 등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지만 후원금은 오히려 2012년 6997만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통진당 측은 정부의 강제 해산 시도에 대한 반작용으로 지지층의 소액 후원이 늘어난 결과라고 해석했다.
지역기반이 없는 비례대표 52명의 1인당 평균 모금액은 9650만원으로 1인당 평균 1억3485만원을 모금한 지역구 국회의원들에 비해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1월 대법원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새누리당 비례대표 출신 현영희 전 의원은 후원금 모금액이 한 푼도 없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