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이용자들이 대전 소재 D대학의 학과 홈페이지를 해킹하고 학생의 신상을 털어 물의를 빚고 있다.
일베 이용자들은 게시판에 올라온 D대학 선배 A씨가 후배들에게 보낸 욕설 메시지를 보고 격분해 이 같은 일을 벌였다. 공개된 메시지는 대화에 참여한 한 명이 캡처해 올린 것으로 보인다. 일베 회원들은 학과 게시판을 해킹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사진을 올리고 A씨의 페이스북과 연락처 등 신상을 공개했다. 사건은 지난 2월 모 대학 체육학과 군기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발생해 대학은 선후배간 강압 논란에 휩싸였다. D대학은 현재 사건과 관련해 언급을 피하고 있다.
사건은 A씨가 후배들에게 보낸 메시지 캡처 화면이 13일 인터넷에 공개되며 시작됐다.
A씨는 후배 39명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서 “야이 XX 빨리 초대 안 해? 개XX 확인하고 답을 안 해?”라며 화를 냈고 후배들은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A씨는 이어 자신의 시간표를 올리며 “2106호 강의실에서 마지막 시간에 수업들은 XX들 내일 집합시켜. 빠지는 XX은 나한테 직접 전화해”라며 자신의 번호를 공개했다. 일베에 올라온 사진에는 A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가운데 두 자리만 지워진 채 그대로 드러났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일베 회원은 가려진 번호에 대한 힌트까지 적었고 번호를 아는 회원들은 휴대전화 번호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일베 회원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A씨가 재학 중인 D대학 학과 홈페이지에까지 해킹했다. 14일 자정 이후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사진이 걸렸다. 자유게시판은 “우리 학교가 촌동네 지잡대(지방 소재 대학을 비하하는 인터넷 용어)라도 그렇지 일베님들 그러는 거 아닙니다” “여기 합격하려면 공부 그냥 안 하고 놀아도 됨?” 등 대학 비하 발언으로 도배됐다.
피해를 입은 학과의 한 조교는 전화통화에서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며 사건 언급을 꺼렸다. 대외홍보실 관계자도 “관계자들이 모두 부재중이라서 대답 할 수 없다”고 했다. 일베의 스토킹을 당한 A씨는 현재 휴대전화를 끄고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네티즌 D씨는 “개인 페이스북과 전화번호까지 모두 유출 됐는데 이거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L씨는 “신상 털기 자체가 개인의 명예훼손과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A씨와 학교가 원하면 경찰 수사를 의뢰해 해커와 신상을 공개한 사람을 잡을 수 있다”고 답했다.
다른 네티즌 M씨는 “요즘 대학교 저학년들 보면 예의가 없다”며 A씨를 옹호했다. N씨는 이에 “20살이 넘은 인격체에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을 하는 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M씨를 반박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정훈 기자 oik416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