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2월 초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모 조정관(일명 ‘김 사장’)으로부터 “변호인 문서가 정상적인 것인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유씨 변호인은 같은 달 6일 항소심 3차 공판 때 ‘유씨가 (북한 보위부에 포섭됐다는) 2006년 5월 27일~6월 10일 북한에 들어간 기록이 없다’는 싼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 명의의 ‘정황설명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유씨 부친과 여동생이 현지에서 입수한 자료다.
김씨는 중국 내 콴시(關係·인맥)를 통해 이 문서의 발급 경위를 문의했고 ‘정상적으로 발급되지 않은 것으로 의심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김씨는 이후 김 사장의 요청에 따라 중국으로 건너가 ‘변호인 자료는 합법적으로 작성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위조 문서를 만들었다. 김씨로서는 유씨 측도 비정상적으로 발급받은 만큼 쉽게 위조 관련 문제제기를 할 수 없을 거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믿을 만한 지인한테 ‘유씨 자료는 비정상적’이란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씨 가족들이 2013년 11월 14일 발급받은 공문서가 아닌, 같은 달 26일자 날짜가 찍힌 문서를 증거로 낸 점도 미심쩍게 생각하고 있다. 중국의 수사기관도 이미 유씨 아버지와 여동생을 몇 차례 불러 문서 발급 주체, 입수 과정 등을 조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외교부를 통해 중국 측과 사법공조 절차를 밟으며 변호인이 증거로 낸 문서 역시 검증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한쪽은 진본이라 하고 다른 쪽은 이에 반박하는 자료를 내다 문제가 생겼으니 진상 규명을 위해 어느 쪽이 허위 문서인지는 비교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증거가 위조인 것으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양쪽 다 문제가 있었다’는 식의 결론을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검찰은 이날 협조자 김씨에 대해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7일 수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구속영장이 청구되긴 김씨가 처음이다. 구속 여부는 15일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인 김 사장과 선양 주재 총영사관 이인철 영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검토 중이다. 두 사람은 증거로 제출된 공문서 3건의 입수·전달 과정에 모두 개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