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패럴림픽에서 '황연대 성취상' 시상한 황연대 박사

소치패럴림픽에서 '황연대 성취상' 시상한 황연대 박사

기사승인 2014-03-16 16:37:00
[쿠키 스포츠] “두 발로 똑바로 서라고 하더니, 뛰어 보라고 했어요. 저는 그냥 울다가 입학시험에 낙방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아버지에게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매를 맞았습니다. 울면서 좌절했기 때문이었어요. 아버지의 안경 사이로 눈물이 줄줄 흐르더군요. 아버지가 우는 것을 본 것도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한국인 최초의 여성 장애인 의사 황연대(76) 박사는 일제강점기였던 8세 때 겪은 아픈 경험을 이렇게 회고했다. 일본인 교장으로부터 차별받은 울분과 아버지의 눈물은 장애를 극복하고 의사가 돼 다른 장애인들을 위해 헌신하도록 이끈 힘이 됐다.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한 쪽 다리가 불편한 황 박사는 장애인들의 복지와 체육 발전을 위해 힘을 쏟았다. 황 박사는 1988년 서울 하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때 정부와 언론으로부터 받은 각종 상금을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IPC)에 기증했고, IPC는 황 박사의 업적을 높이 평가해 ‘황연대 성취상’을 제정했다. 이 상은 용기와 결단, 동기부여 등 패럴림픽 정신을 가장 잘 구현했다고 평가되는 남녀 선수 1명씩에게 수여된다.

황 박사는 17일 새벽 1시(한국시간) 열린 소치패럴림픽 폐회식에서 알파인스키의 토비 케인(호주), 스노보드의 비비안 멘텔-스피(스노보드)에게 이 상을 직접 시상했다. 23, 24번째 시상이었다. 황씨는 “상금을 뜻 깊은 일에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꼬박꼬박 저축해 뒀다가 내놨는데 이 상이 이렇게 지속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케인은 “금메달을 따냈는데 ‘황연대 성취상’까지 받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 상이 금메달보다 훨씬 더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여자 수상자인 멘텔-스피는 “패럴림픽 출전자들이 장애인 스포츠를 통해 세계에 많은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고히 믿는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황 박사는 “패럴림픽에 오면 다른 나라 대표들로부터 수상자들의 소식을 전해 듣는다”며 “목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고, 큰 자동차 회사의 임원이 됐다는 등 선수들의 출세 소식을 들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활짝 웃었다.

황 박사는 ‘황연대 성취상’ 시상이 개인적인 활동이 아니라 한국의 장애인 스포츠 외교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로 활동하다 1966년 한국소아마비협회를 설립한 황 박사는 1975년 정립회관을 세워 1993년까지 관장을 지내면서 장애인들에게 체육 시설을 제공했다. 1991년부터 1995년까지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을 맡아 장애인의 복지를 위해 뛰는 행정가로도 활동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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