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의 여성 장애인 의사 황연대(76) 박사는 일제강점기였던 8세 때 겪은 아픈 경험을 이렇게 회고했다. 일본인 교장으로부터 차별받은 울분과 아버지의 눈물은 장애를 극복하고 의사가 돼 다른 장애인들을 위해 헌신하도록 이끈 힘이 됐다.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한 쪽 다리가 불편한 황 박사는 장애인들의 복지와 체육 발전을 위해 힘을 쏟았다. 황 박사는 1988년 서울 하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때 정부와 언론으로부터 받은 각종 상금을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IPC)에 기증했고, IPC는 황 박사의 업적을 높이 평가해 ‘황연대 성취상’을 제정했다. 이 상은 용기와 결단, 동기부여 등 패럴림픽 정신을 가장 잘 구현했다고 평가되는 남녀 선수 1명씩에게 수여된다.
황 박사는 17일 새벽 1시(한국시간) 열린 소치패럴림픽 폐회식에서 알파인스키의 토비 케인(호주), 스노보드의 비비안 멘텔-스피(스노보드)에게 이 상을 직접 시상했다. 23, 24번째 시상이었다. 황씨는 “상금을 뜻 깊은 일에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꼬박꼬박 저축해 뒀다가 내놨는데 이 상이 이렇게 지속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케인은 “금메달을 따냈는데 ‘황연대 성취상’까지 받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 상이 금메달보다 훨씬 더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여자 수상자인 멘텔-스피는 “패럴림픽 출전자들이 장애인 스포츠를 통해 세계에 많은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고히 믿는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황 박사는 “패럴림픽에 오면 다른 나라 대표들로부터 수상자들의 소식을 전해 듣는다”며 “목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고, 큰 자동차 회사의 임원이 됐다는 등 선수들의 출세 소식을 들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활짝 웃었다.
황 박사는 ‘황연대 성취상’ 시상이 개인적인 활동이 아니라 한국의 장애인 스포츠 외교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로 활동하다 1966년 한국소아마비협회를 설립한 황 박사는 1975년 정립회관을 세워 1993년까지 관장을 지내면서 장애인들에게 체육 시설을 제공했다. 1991년부터 1995년까지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을 맡아 장애인의 복지를 위해 뛰는 행정가로도 활동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