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의 높은 관심·컨벤션 효과 기대=새누리당 정몽준 의원과 김 전 총리 간의 맞대결이 여야를 통틀어 가장 관심을 끄는 경선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이혜훈 최고위원의 맹추격도 또 다른 관심거리다.
새누리당은 서울시장 경선이 명승부로 전개되면 야권의 통합선언에 잠시 쏠렸던 국민들의 눈과 귀를 되찾아 올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최근 확정지은 경선 일정과 방식도 이 같은 고려가 깔려 있다. 새누리당은 서울을 4개 권역으로 쪼개 순회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각 권역을 돌 때마다 투표함이 열리면 엎치락뒤치락하는 표차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서울시장 경선 승자가 17개 시·도 경선 일정 중에 가장 늦은 4월 25일 확정된것도 경선 마지막까지 야권에 관심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다.
전당대회·후보자 선출 같은 정치적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인 컨벤션 효과도 노리고 있다. 박진감 넘치는 경선으로 야당에 비해 역동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7년의 아픈 기억=치열한 경선이 본선에서 독이 되기도 한다. 여권에겐 그런 경험이 있다. 2007년 이명박·박근혜 후보 간 벌어졌던 대선 후보 경선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박근혜 후보 측은 이명박 후보 측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부동산 차명거래 의혹 등을 집중 공격했다. 이 후보 측도 박 후보 측의 정수장학회와 고 최태민씨 관련 의혹을 물고 늘어졌다. 두 사람은 각각 2007년과 2012년 대선에 승리했으나 야권 후보와의 대선 과정에서 여권 경선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해명하느라 진을 뺐다.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 의원은 재벌 이미지와 주식 문제가, 김 전 총리는 4대강 문제를 포함한 이명박정부와의 연관성이 각각 아킬레스건이다. 집요하게 상대방의 약점을 파헤치다가 박원순 시장에게만 좋은 일 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누가 이겨도 후폭풍 일 듯=서울시장 경선이 네거티브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시너지 효과는커녕 6·4지방선거 전체 판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내부에서 제기된다.
정 의원이 경선에서 패배한다면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이 김 전 총리를 물밑에서 지원한다는 이른바 ‘박심(朴心)’ 논란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의원을 지지하는 비주류 의원들이 불공정 경선 의혹을 제기하면 새누리당 내부에 계파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
전남 장성 출신으로 광주일고를 졸업한 김 전 총리는 여권에선 드문 호남 인사다. 김 전 총리가 질 경우 ‘역시 호남사람들은 새누리당에 뿌리를 못 내리는구나’라는 인식이 확산돼 새누리당에 우호적인 보수·호남 표가 본선에서 등을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혜훈 최고위원이 패배하면 친박 인사들의 소외감이 깊어질 우려도 있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빅매치가 무조건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본선에서 박 시장을 이기기 위해선 경선 이후에도 하나로 뭉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