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된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17일 여의도에서 만났다. 사적 인연을 고리로 삼아 덕담을 주고받았지만, 경선 전면전을 앞두고 있는 만큼 뼈있는 농담도 나왔다.
김 전 총리가 먼저 자신의 선거 캠프를 찾은 정 의원을 향해 “새누리당에 입당하고 후보 등록을 하고 인사를 겸해서 찾아뵈려 했는데 사정상 못 뵀다”며 “오셔서 고맙다”라고 했다.
지난 14일 김 전 총리의 귀국 전까지 “새누리당이 김황식 1인을 위해 공천신청 마감일을 늦췄다”는 취지로 강하게 비판했던 정 의원은 “김황식 전 총리님, 오늘은 김 후보님이라고 하겠다”라며 “김 후보님도 저에게 정 후보님이라고 해도 되는데”라고 말했다.
이에 김 전 총리는 “정계에서야 (정 의원이) 선배”라며 “2010년 총리 취임해서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하려 한 게 생각난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오늘의 주제는 월드컵이 아니다”라며 “그 당시 연평도 포격으로 참 악재였다”고 회고했다.
월드컵 유치 실패를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까지 해봤던 정 의원에 대한 공격으로 까지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정 의원 역시 당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이명박 정부와 김황식 내각의 안보 무능으로까지 연결시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꺼내서 별로 득 될게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양측의 덕담은 16일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을 화제로 돌리자마자 ‘가시’로 변했다. 정 의원은 “최근에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했는데, 말씀은 새정치 한다고 했는데 새 정치를 못하는 것 같다”라며 “저희들이 이번에 정상 경선해서 원칙에 맞으면서 합리적인 경선이 되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에 김 전 총리도 “새정치라는 말이 좋은 단어인데 현재는 오염된 것 같다”며 “새정치 대신 바른 정치라는 말을 쓰자”고 답했다.
뼈있는 덕담은 또 나왔다. 정 의원은 “(김 전 총리가) ‘서울이 대한민국의 심장’이라고 하셨는데, 그건 제가 이틀 전 먼저 했던 말이에요”라며 웃은 뒤 “저한테 우선권이 있어요”라고 했다. 이에 김 전 총리는 “서울이 대한민국 심장이란 얘기는 오래전부터 사용한 말로 알고 있다”면서 “최근에 쓰셨다면 제가…”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약간 황당하다는 듯한 분위기도 풍겼다.
두 사람의 공개 회동은 정 의원이 “시간 되시면 제가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일명 폭탄주) 파티, 귀국 환영회 한 번 열겠다”는 말과 김 전 총리의 “제가 모시겠다”라는 화답으로 끝났다.
사진=국민일보DB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김동우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