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세 시리아 여성 시브리아 칼라프가 내전에 휩싸인 고국을 떠난 지 7개월 만에 독일에서 자녀들과 상봉했다고 AP통신 등이 17일(현지시간) 전했다.
칼라프는 지난해 여름 장남 카난(70)과 함께 시리아 북동부 알 카타니아를 떠났다. 2011년 3월 시작된 내전이 이듬해 이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먹고살 길이 막막해졌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며칠간 굶는 일이 잦았다. 칼라프는 고향 알 카타니아를 떠난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목적지는 유럽이었다. 다른 아들과 딸이 20여년 전 독일에 이주해 살고 있었다. 육로로 터키에 도달한 칼라프 모자는 지난해 12월 남부 해안에서 배를 탔다.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가는 난민선이었다. 난민선이 대개 그렇듯 칼라프가 탄 배도 낡고 물이 샜다.
난민선은 폭풍우 속을 지날 때마다 거칠게 흔들렸다.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출신 승객 97명은 3개의 선실 안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어린이가 49명이었다. 칼라프는 배멀미를 했다. “나는 3일 동안 죽어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리스 해안경비대가 난민선을 구조했다. 견인된 배는 그리스 서남부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항구도시 나바리노(그리스명 퓔로스)에 닿았다. 현지 당국은 칼라프를 비롯한 승객들에게 옷과 음식, 약품을 제공했다.
칼라프는 카난과 그리스 아테네의 작은 아파트에 머물며 독일에 망명을 신청했다. 허가는 쉽게 나지 않았다. 고령의 칼라프는 시간과 싸워야 했다. 그는 지난해 말 유엔난민기구(UNHCR) 관계자를 처음 만났을 때 “아이들을 만지고 안아도 본 다음에 죽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이달 초 독일 뮌헨의 한 신문에 소개됐다. 동정 여론이 일었다. 독일 의회는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의 개입을 촉구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 4일 칼라프의 망명을 허가했다.
칼라프는 비행기를 타고 17일 독일 동부 뒤셀도르프 공항에 도착했다. 20여명의 가족이 이들을 맞았다. 칼라프의 아들딸과 손자, 증손자에 최근 태어난 고손자까지 있었다.
칼라프처럼 지난해 유럽에 망명을 신청한 시리아인은 5만3000명에 달한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지난 3년간 시리아 내전으로 14만명 이상 죽고 약 250만명이 고국을 떠나 난민이 된 것으로 추산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