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5% 할인” 폴로 직원코드 유출 쇼핑대란… 한국 직구족에게 밤새 탈탈 털려

[단독] “65% 할인” 폴로 직원코드 유출 쇼핑대란… 한국 직구족에게 밤새 탈탈 털려

기사승인 2014-03-19 11:38:00

[쿠키 사회] 직장인 박모(34)씨는 지난 17일 오후 6시 동료들과 퇴근인사를 나누고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미국 유명 의류브랜드 ‘폴로’의 신상품을 대폭 할인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의 긴급 회람이 박씨의 퇴근을 가로막았다. 게시판으로 쏟아지는 구매 후기와 마감임박 소식은 박씨의 마음을 다급하게 했다.

박씨는 ‘폴로’의 공식 온라인 쇼핑몰에서 98달러짜리 셔츠 1장과 3달러짜리 양말 18켤레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모두 152달러였다. 박씨가 회람에 적힌 코드를 입력하자 가격은 53달러20센트로 바뀌었다. 미국에 있는 구매대행 업체의 주소를 입력하고 상품을 주문한 뒤에야 박씨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우리나라에서 해외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인터넷 소비자 집단 ‘직구족’이 폴로를 소유한 미국 의류회사 ‘랄프 로렌’을 뚫었다. 제품을 35% 수준의 가격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랄프 로렌 본사 직원용 할인코드가 지난 17일 미국에서 유출되자 발 빠른 직구족이 코드를 낚아채 커뮤니티 사이트로 퍼뜨리면서 벌어진 ‘쇼핑 대란’이었다. 코드는 같은 날 밤 차단됐지만 짧은 시간 동안 수백 명의 직구족이 몰렸다.

19일 현재 회원수 33만여명으로 국내 최대 직구족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폴로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원용 할인코드로 저렴하게 구입한 상품 관련 구매 후기와 문의가 300건 이상 올라왔다. 봄에 입을 395달러짜리 점퍼를 135달러25센트에 사들인 직장인 남성부터 친구에게 선물할 48달러짜리 티셔츠를 16달러79센트에 구입한 여대생까지 상품의 종류는 다양했지만 할인율은 65%로 동일했다.

200만원 상당의 여러 상품을 70만원 수준으로 구입한 소비자도 있었다.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같은 할인율로 상품을 구입했다는 글과 사진이 쏟아졌다. 박씨는 “현지 가격으로 구입해도 충분하게 저렴한데 직원 할인율까지 적용했으니 관세를 감안해도 이익을 남긴 셈”이라며 “랄프 로렌의 국내 법인에서 향후 수입 계획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신상품을 얻은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200달러 미만으로 구입한 경우에는 면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코드 유출사태는 업체의 홍보나 마케팅 목적이 아닌 사고로 보인다. 미국 뉴스사이트 버즈피드는 업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 직원이 지인에게 넘긴 코드가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인터넷으로까지 확산됐다”고 전했다. 신상품에 같은 할인율을 적용한 이 코드는 한국을 거쳐 중국으로까지 넘어가면서 업체의 피해액은 상당한 수준으로 불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600만원 상당의 조명기구인 ‘폴로 홈 샹들리에’를 불과 100만원 수준으로 구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업체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코드 유출 시간 동안 800달러 이상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주문취소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코드를 사용한 소비자의 대부분이 주문 취소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수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랄프 로렌 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법인과 무관한 일”이라며 직접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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