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경찰이 지난해 6월 발생한 이화여대 영문시험지 논란에 연루된 교원들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항의 메일을 보낸 학생이 경찰에서 진술을 번복했다는 주장마저 제기돼 파문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 대학강사노동조합 등 14개 단체와 이화여대 학생들은 1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성적조작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남모(49·여) 강사에 대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남씨가 지난해 6월 초급 프랑스어 교양수업 기말고사 감독관을 맡았을 때 학생 A씨(21·여)에게 영문시험지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또 “A씨는 자신이 수강하는 초급 프랑스어 강사 B(51·여)씨가 아닌 불문과 교양수업을 관리하는 C(51·여)교수에게 ‘영문시험지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남씨는 C교수에게 영문시험지를 준비하라고 지시받은 적 없는데다 당일 다른 학생들에 대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A씨의 이메일 항의를 받은 불문과 교수진들이 소명위원회를 거쳐 지난해 7월 남씨를 사실상 해고했다”고 전했다.

이화여대에는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학생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운영되는 영문시험지 제도가 있다. 하지만 남씨 등은 “대다수의 학생들이 모르는 제도인데다 영어는 초급 프랑스어와 유사한 점이 많아 형평성에 어긋나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남씨는 특히 “지난해 6월 열린 소명위원회에서 ‘잘라버리겠다’는 등 폭언을 들었고, A씨에 대한 성적조작이 의심된다”며 학과장 D(57·여) 교수 등 3명을 지난해 9월 경찰에 고소했다.

남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A씨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A씨가 경찰 진술을 번복했다”며 “첫 진술 때 C씨 이름을 언급했다가 재차 경찰에 찾아와서는 C씨와 전혀 다른 ‘키가 작고 젊은 교수’라는 인상착의를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A씨의 성적도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A씨는 결석 감점이 없는가하면 문법 과제도 모두 만점이다. 회화점수로 따지면 F혹은 C-인데 C+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과목을 가르친 D 교수는 경찰에서 C~F대 점수는 교수 마음대로 줄 수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씨는 A씨도 고소한 상태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해 9월 학과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얻은 영문시험지를 국·공립대 불문과 다섯 곳에 문의했다. 그 결과 서울대는 “영문시험지는 불공정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진술과정에서 A씨의 한국어 실력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7일 서울지방검찰청으로 피의자 B씨와 C씨는 성적조작 및 부정시험에 따른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 D 교수는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 송치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남씨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해 재발 방지 차원에서 다음 학기 강의를 주지 않은 것”이라며 “A씨는 정식 절차를 밟고 항의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남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심각하게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어 형사 고발을 포함한 법적대응을 학교 차원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동필 기자 mymedia0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