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피겨 전문가 ISU에 신랄한 ‘편지’… “김연아 제친 소트니 점수, 부정 아니라면 심판의 무능”

[단독] 美 피겨 전문가 ISU에 신랄한 ‘편지’… “김연아 제친 소트니 점수, 부정 아니라면 심판의 무능”

기사승인 2014-03-22 12:56:01

[쿠키 스포츠]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에 그친 것과 관련해 편파·부정 판정 의혹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국 피겨 전문 잡지 인사이드스케이팅(In Side Sketing)이 20일 김연아 판정에 대해 강한 의혹을 품고 있는 피겨 전문가 팀 거버(Tim Gerber)와 인터뷰해 눈길을 끈다.

이 매체는 팀 거버를 현재 피겨종목에 사용되는 신 채점제(COP)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팀 거버는 전직 피겨 선수였으며 ISU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 세미나에 참여했다. 이 세미나는 피겨 경기의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훈련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전력을 가진 팀 거버가 최근 소치올림픽 여자 싱글 경기에서 테크니컬 패널들과 심판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편지’에 담아 ISU(국제빙상경기연맹) 관계자 33명에게 보냈다. 편지 내용을 보면 조목조목 근거를 대며 ‘판정이 잘못됐다’고 말하고 있다.

팀 거버는 “소트니코바는 레벨 4를 받았고 김연아는 레벨 3을 받았는데 이 판정은 반대로 되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느 누가 엣지 사용이 엉망이고 동작과 동작을 연결하는 흐름도 없고 음악에 맞춰 타는 동작도 거의 볼 수 없는 소트니코바의 스텝시퀀스에 +3의 가산점을 줄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부정 행위(cheating)나 다름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확신에 차 있었다. 홈 어드밴테이지에 의한 후한 점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과했다는 것이다.

또한 팀 거버는 “이것이 부정이 아니라면 테크니컬 패널과 심판들 모두가 완전히 무능했다고 볼 수밖에는 없다”고 일갈했다.

팀 거버에 따르면 잘못된 판정은 소트니코바의 트리플러츠-트리플 토룹 컴비네이션 점프에서도 나왔다. 그는 “소트니코바가 러츠 점프를 뛸 때 롱엣지 플러츠 도약을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런 기술적 문제는 그녀가 피겨 선수로 뛰는 동안 내내 가지고 있던 문제였다. 그런데 어떻게 테크니컬 패널들이 갑자기 그것을 못 볼 수가 있단 말인가? 그녀의 엣지는 도약하는 순간 아웃엣지에서 인엣지로 바뀌었다. 게다가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의 연결 트리플 토룹은 명백하게 회전수가 부족한 점프였다”고 꼬집었다.

팀 거버를 만난 플로렌티나 톤(Florentina Tone) 기자는 “팀 거버가 말했듯 잘못이 있었다면 우리에겐 알 자격이 있다. 팀 거버가 편지에서 제기한 질문들은 정당하다. 그래서 나는 편지를 보다 많은 독자들과 공유하게 해달라고 그에게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33명의 수신자들 중 그 누구도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번역한 편지 전문은 다음과 같다.

친애하는 나의 피겨 동료들께

우리는 소치 올림픽에서 테크니컬 패널들이 얼마나 신통치 않게 판정을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여자 싱글 경기에서 1, 2등을 한 선수 두 명이 받은 판정에 대해 얘기를 해 보죠.

첫 번째로, 소트니코바와 김연아가 받은 스텝시퀀스 레벨입니다. 소트니코바는 레벨 4를, 김연아는 레벨 3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나도 분석해 보고 또 다른 전문가들도 분석해 봤지만 이 레벨 판정은 잘못됐습니다. 소트니코바는 레벨 3을 받았어야 했고 김연아는 레벨 4를 받았어야 했습니다.

소치올림픽 경기에서 스텝시퀀스를 할 때 소트니코바가 완벽하지 않는 엣지 사용과 완벽하지 않은 스텝을 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며, 이제까지 그녀가 참가했던 다른 대회에서 항상 레벨 3밖에는 받을 수 없었는데 그런 그녀의 스텝 레벨에 대해 어떻게 테크니컬 패널은 레벨 4를 줄 수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더 잘 짜여진 구성요소는 레벨 4를 받게 돼 있는데 모든 기준을 만족 또는 초과했던 김연아의 스텝시퀀스는 어째서 레벨 3을 받았나요. 김연아의 스텝시퀀스는 아주 복잡하면서도 매우 정확한 엣지 사용을 보여줬습니다.

테크니컬 패널은 스텝시퀀스를 판정할 때 각각 임무를 분담하며 시퀀스의 레벨을 책정하는데 필요한 각기 다른 기준들에 부합하여 선수가 경기를 했는지를 보기 위해 3명의 패널들이 각각의 책임을 분담합니다. 나는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각 테크 패널들이 어떤 임무를 분담했고 각각 어떤 판정을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만약 잘못이 있었다면 우리에게는 그것을 알 자격이 있습니다.
적어도 미래의 테크니컬 패널들은 이번 올림픽에서 내려진 신통치 않은 판정을 통해 배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이번 올림픽 테크니컬 패널에 대한 두 번째 문제는 소트니코바의 트리플러츠-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에 대한 판정입니다. 소트니코바가 러츠 점프에서 플러츠 도약을 했다는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녀는 이런 (잘못된 엣지 사용이라는) 기술 문제를 그녀의 선수 생활 내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테크니컬 패널이 그걸 갑자기 못 보게 된 겁니까? 그녀의 엣지는 점프 도약시 명백하게 바뀌었습니다. 게다가 이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룹 콤비네이션에서 연결 점프인 트리플 토룹은 명백하게 회전수가 부족했습니다. 선수가 90도 각도 이내에만 착지하면, 즉 1/4 바퀴정도 부족하게 착지만 해도 회전수 부족으로 감점을 받지 않지만 소트니코바의 스케이트날은 이 기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지점에서 이미 빙판에 착지했습니다.

소트니코바는 테크니컬 패널이 앉아 있는 쪽의 보드를 90도 등진 채 점프 도약을 했습니다. 이건 소트니코바가 점프를 확실히 인정받고 점수를 다 받기 위해서는 그녀의 스케이트가 테크니컬 패널을 똑바로 마주 본 채 빙판에 착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소트니코바의 스케이트 날은 그 기준점에서 명백하게 부족한 곳에 (그렇게 똑바로 마주 보지 못한 채로) 착지했습니다. 이런 회전수 부족은 소트니코바가 선수 생활 내내 가지고 있었던 기술적 문제 중 하나입니다. 소트니코바는 이제까지 트리플러츠-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을 뛸 때 회전수를 다 채운 점수를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이 소치 올림픽 이전까지도 단 한번도요. 이전 점프가 의심할 수 없는 부정(cheating) 점프였다면 어떻게 소치에서는 아닌겁니까?

지금까지 언급한 부분이 모두 소트니코바에게 이익이 되었던 테크니컬 패널의 잘못된 판정들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또한 저징패널(가산점을 주는 심판단)으로부터 미쳤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고득점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그 누가 엣지 사용이 엉망이고 동작과 동작을 연결하는 흐름도 없고 음악에 맞춰 타는 동작도 거의 볼 수 없는 소트니코바의 스텝시퀀스에 +3의 가산점을 줄 수 있단 말입니까?

이러한 잘못된 점수들은 정직한 실수, 즉 고의가 아닌 실수라거나 자국 관중 앞에서 스케이트를 잘 탄 어린 소녀에게 후한 점수를 준 것 뿐이라고 보기엔 너무 과했습니다. 이것은 부정 행위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테크니컬 패널과 심판들 모두가 무능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피겨 종목이 성공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 부정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미뤄 봅시다. 러시아인들로부터 검은 돈을 먹었거나 경기 결과를 비틀도록 그들에게 위협을 받은 사람이 심판들이나 테크니컬 패널들이 아무도 없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모든 판정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테크니컬 패널들을 더 잘 훈련시켜야 합니다. 심판들도 더 잘 훈련시켜야 합니다. 심판들은 익명으로 판정해서는 안 됩니다.

채점제도를 아주 많이 수정해야할 필요도 있습니다. 스텝시퀀스는 이렇게 과도하게 복잡할 이유가 없습니다.
(과도하게 복잡한 스텝시퀀스는) 프로그램의 진짜 안무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들고, 경기가 벌어지는 동안 관중들로 하여금 저지들의 판정을 이해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팀 거버는 누구인가<기사 번역>

인사이드 스케이팅(Inside Skating)은 팀 거버의 편지와 함께, 그가 ISU에 편지를 쓰게 된 정황을 이해하기 위해 그와의 짧은 인터뷰를 싣는다.

Q. 당신의 편지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당신과 당신의 피겨 경력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피겨선수로 수년간 훈련을 했으며 트리플 러츠까지 모든 점프를 뛸 수 있었다. 2010년에 (ISU의)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 훈련을 위한 강좌를 수강할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ISU가 (참가자들에게) 제대로 된 훈련을 제공하고 있지도 않을 뿐 더러, ISU 자체가 자신들이 만든 채점제를 충분히 이해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와는 별개로 나는 또한 피겨역사와 기술, 그리고 안무를 광범위하게 공부했다.

Q. ISU가 (참가자들에게) 제대로 된 훈련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주겠는가?

세미나는 3일 과정이었는데 이 과정을 통해 참가자들은 경기에서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를 볼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되는 모든 훈련을 받게 된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런 규모의 세미나가 미국에서 매년 두번 열린다. 경기요소를 구별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많은 예를 보여주지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점프의 회전수를 판정하기 위한 그 어떤 실제적인 과학적 근거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겨의 점프는 과학이다. 우리는 공중에서 점프의 회전수를 식별할 수 있다. 하지만 ISU의 과정은 점프의 회전수가 부족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데 있어 참가자들에게 점프의 실제 도약 지점과 실제 착지 지점을 비교하는 것을 가르치지 않은 채로 명확하지 않은 설명을 해 줄 뿐이었다.

마찬가지로 ‘난이도(difficult variations)’에 따른 스핀 레벨을 결정하는 규정 또한 자주 바뀐다. (심판들은) 어떤 스핀을 고난이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몸의 중심축에서 한결같이 흔들리지 않으며 수행되는 스핀 포지션을 봐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선수가 몸의 중심을 전체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돼야만 수행 가능한 스핀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난이도 레벨을 받을 수 없는 스핀들이 많다. 예를 들면, 전체적으로 등에 완만한 아치를 그리면서 떠있는 한쪽 다리를 뒤로 들어 빙면과 평행을 이룬 상태로 도는 전형적인 레이백 포지션, 등을 꼿꼿이 편 상태로 떠있는 한쪽 다리를 앞으로 곧게 뻗고 도는 싯 스핀 포지션, 그리고 떠있는 발을 엉덩이 높이 뒤로 뻗어서 수평이 되게 하는 자세로 도는 전형적인 카멜 스핀… 하지만 이 모든 포지션들은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몸의 중심을 전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중심축에서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필수 요건을 만족시킴에도 불구하고 그저 ‘기본’ 포지션에 불과하며 (고난이도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을 수가 없다.

Q. 당신의 편지는 누구를 향해 쓰여 진 것인가? 수신자들에게서 피드백은 있었나?

ISU 관계자들에게 쓴 편지이다. 이번 올림픽 여자 싱글 경기에서 테크니컬 패널에 있었던 알렉산더 라커닉이 그들 중 하나이다. 라커닉은 여자 싱글과 페어 경기의 테크니컬 위원장이었다. 내 편지는 총 33명의 ISU 관계자들에게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누구에게서도 답신을 듣지 못했다.

이번과 비슷한 문제로 나는 ISU에 자료를 보낸 적이 있다. 물론 ISU 관계자에게 이런 ‘문제를 야기하는’ 편지를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말이다. 지난 수년 동안 나는 채점제를 비판해 왔고 이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제안서를 ISU에 제출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자 노력해 왔다.
내 제안서 중 몇 개는 실제로 ISU에서 표결에 붙여져 규정화되었다.

Q. 당신의 편지 도입부에서 당신은 다른 전문가들도 레벨 판정이 틀렸다고 동의했다고 했다.

소트니코바와 김연아에 내려진 테크티컬 판정에 대한 내 분석은 두 명의 ISU 공인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에 의해 이미 검토되었으며 그 둘 모두 내 분석 결과에 동의했다.

Q. 어떤 목적으로 편지를 썼나? 실제로 당신은 ISU에 편지를 보낸 후 피겨계의 다른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려 노력해 왔다.

편지의 목적은 빙상 커뮤니티의 다른 이들에게 이번 올림픽에서 테크니컬 패널이 얼마나 형편없는 판정을 내렸는지, 그리고 얼마나 형편없이 가산점이 주어졌는지를 알리려는 것이었다. (경기 직후) 다수의 피겨 전문가들은 경기결과가 잘못됐다는 자연스런 반응을 보여 주었지만 이를 두고 실제적인 분석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며칠이 지나자 소트니코바가 김연아보다 채점제를 더 잘 이용했고 현 채점제의 규칙 (물론 좋은 규칙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덕분에 김연아 보다 더 많은 점수를 획득하는 게 당연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논쟁을 그만 두자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결코 맞는 말이 아니다. 현 채점제에 근거해도 소트니코바는 경기의 승자가 될 자격이 없었다. 테크니컬 패널에 의해 실제 경기 요소들에 대해 잘못된 판정이 내려졌으며 많은 경우 (선수들에게 준) 심판들의 가산점이나 구성점수 또한 완전히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테크니컬 패널이 얼마나 형편없는 판정을 했는지, 심판들이 얼마나 형편없는 가산점을 줬는지 (모든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의아해하고 있는 것은 이전에 부정행위로 자격이 정지됐던 심판이 어떻게 다시 국제 경기에서 심판을 볼 수 있게 허용이 될 수 있었나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부정행위를 증명할 가능한 예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의 테크니컬 패널과 저징패널 중 몇몇이 이번과 같은 경기 결과를 만들어 내도록 검은 돈을 먹었거나 위협을 받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남은 유일한 방법은 그들이 무능했다는 것 밖에는 없다. 무능한 심판들은 더 이상 그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나는 내 분석이 현 채점제가 갖고 있는 개선해야 할 결점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의 과도하게 복잡한 스텝시퀀스가 갖고 있는 결점들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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