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한 명 없는 치안센터를 어찌할꼬?… 코 앞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경찰관 한 명 없는 치안센터를 어찌할꼬?… 코 앞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기사승인 2014-03-23 19:07:00
[쿠키 사회] 서울 강남의 경찰 치안센터 100m 앞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인근 주민이 신고하러 달려갔지만 치안센터에는 경찰관이 한 명도 없었고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2일 오후 11시10분쯤 서초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김모(25·여)씨를 흉기로 찌르고 벽돌로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공익근무요원 이모(21)씨를 검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씨는 금품을 빼앗으려다 김씨가 반항하자 잔혹하게 살해했다.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과 2시간 동안 대치하다 23일 오전 1시15분쯤 체포됐다. 피해자 김씨는 이 빌라 주민으로 귀갓길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발생한 빌라는 반포치안센터와 불과 100m 거리다. 주민 A씨는 “다급하게 살려달라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 경찰에 신고하라 소리치고 치안센터로 뛰어갔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며 “몇 번 두드려도 사람이 나오지 않아 그냥 돌아와야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2003년 파출소 2∼3개를 지구대로 통폐합해 조직을 개편한 뒤 사용되지 않는 파출소를 치안센터란 이름으로 전환했다. 이후 치안담당관 1명을 배치해 각종 민원서류 발급과 신고 접수 등 대민 봉사업무를 담당하도록 했지만 실제로는 텅 비어있는 곳이 많다.

이에 경찰은 점차 지구대를 줄이고 치안센터를 다시 파출소로 바꾸고 있다. 지구대가 관할하는 구역이 넓다보니 방범 기능이 약화돼 주민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인력 문제로 전환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현재 전국의 지구대는 514개, 파출소는 1436개, 치안센터는 1101개다. 서울의 경우 지구대는 89개, 파출소는 147개이고, 치안센터는 193개나 된다.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치안센터가 지역 주민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한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범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나 시간대에 전담 인력을 치안센터에 배치하는 등 방치된 치안센터를 활용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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