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거침없는' 크림 접수… 우크라 동부 들썩 "제2 크림 될라""

"러시아 '거침없는' 크림 접수… 우크라 동부 들썩 "제2 크림 될라""

기사승인 2014-03-23 21:27:00
[쿠키 지구촌] 우크라이나의 크림자치공화국 병합 법안을 속전속결로 통과시킨 러시아는 거칠게 없는 듯 크림공화국을 접수하고 있다. AP통신 등은 친(親)러 무장세력이 22일(현지시간) 크림공화국 남쪽의 항구도시 세바스토폴 인근 벨벡 공군기지를 급습했다고 보도했다. 장갑차를 앞세워 벨벡 기지 정문을 부순 뒤 총격을 가하고 수류탄을 투척한 장면이 우크라이나 국방부 카메라에 찍혔다. 우크라이나 군인 1명과 현장에 있던 기자가 크게 다쳐 구급차에 실려 갔다. 벨벡 공군기지는 크림공화국 내 중요한 우크라이나 군사기지 중 한 곳이다.

블라디슬라프 셀레즈네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벨벡 기지를 공격한 친러 세력들은 계급장을 달지 않았다. 현지 자경단의 일부겠지만 사용한 자동소총과 장갑차로 봐서는 분명히 어떤 군사 세력과 연계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크림공화국 서부의 노보페도리브카 시내에 있는 우크라이나 공군기지도 약 200명으로 추산되는 친러 시위대로부터 습격을 당했다. 비무장 시위대는 ‘러시아! 러시아!’를 외치며 난입해 기지의 창문을 부쉈다. 우크라이나 군인 100명이 꼼짝없이 쫓겨났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제 크림공화국 내 자국이 보유한 군사기지가 얼마나 되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크림에 남아있는 유일한 우크라이나 잠수함 자포로제호(號)도 이날 러시아 흑해함대 잠수함 사단으로 편성됐다.

러시아 국방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크림 내 147개 우크라이나 군부대에 러시아 국기가 게양됐으며 우크라이나 해군 소속 군함 68척 가운데 54척이 러시아 국기로 바꿔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크림에 주둔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 1만8000명 가운데 2000명 정도가 크림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크림에 이어 ‘제2의 크림’이 되길 원하는 본토 내 동부도시의 이탈 움직임을 걱정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실각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향인 도네츠크에서는 주말 동안 약 5000명의 주민들이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해 러시아로 귀속하는 것을 묻는 주민투표를 열 것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도네츠크를 포함, 친러 성향이 강한 동부지역은 광산업이 발달한 경제적 요충지로 우크라이나 경제에 매우 중요한 곳이다.

우크라이나 야권 지도자인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는 21일 한 방송에 출연해 “약 10만명의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집결해 있다”면서 “국경을 넘으면 군사적 대응을 하겠다.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됐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크림 외 더 이상의 병합은 없다”면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국제감시단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하는 데 전격 합의했다. 러시아가 당초 반대하다 돌아서면서 57개 회원국 동의로 민간인 100~400명으로 구성된 감시단이 파견돼 우크라이나 안보상황을 점검하게 된다. 우크라이나는 들썩거리는 동부지역이 잠잠해지길 바라고 있다.

한편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주요국 정상들은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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