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월드컵”… 건설노동자 이미 1200명 사망, FIFA는 방관

“죽음의 월드컵”… 건설노동자 이미 1200명 사망, FIFA는 방관

기사승인 2014-03-25 18:55:01

[쿠키 스포츠] 2022년 카타르월드컵 건설현장에서 개막 전까지 최소 4000명의 노동자가 사망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유치 과정과 개최시기를 놓고 축구계에서 불거진 비난 여론이 확산될 경우 세계적인 보이콧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노동조합연맹(ITUC)은 2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카타르 월드컵경기장 건설현장에서 이미 12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숨졌다고 밝혔다. 또 사망자가 개막 전까지 최소 400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최근 3년간 인도와 네팔에서 카타르로 떠난 월드컵 건설현장 노동자의 사망자 현황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사망자 수는 각국 대사관이 집계했다.

네팔의 경우 3년간 4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도 출신 노동자는 매월 20명씩 사망했다. ITUC는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는 140만명 이상의 세계 노동자 가운데 약 50%를 차지하는 인도와 네팔 출신만 집계한 수치로, 다른 국가의 현황까지 합산하면 더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ITUC는 중동의 고온 다습한 날씨와 건설현장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노동자의 사망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건설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 외에도 카타르의 노동자들은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기온으로 심장마비나 열사병에 시달리고 있으며, 숙소나 식당 등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전염병에도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자가 고용주의 동의 없이 직업을 선택할 수 없도록 규정한 중동의 노동체계인 ‘카팔라’도 카타르 노동자들의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이다. ITUC에 따르면 대부분의 노동자는 점심시간도 없이 하루 12시간을 일하고 있다. 고용주에게 여권을 압류당해 거주 이전이 불가능하고 임금도 최저 수준이다. 인도와 네팔 등 외국인 노동자의 월 임금은 최대 466달러(약 5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카타르는 아시아 사상 회수로는 두 번째이자 중동 국가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개최권을 확보한 2010년 12월부터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월드컵의 본선 기간인 6~7월에 기온과 습도가 최악의 수준으로 치솟아 경기에 부적합하다는 항의부터 유치 과정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에게 25억원의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까지 숱한 논란이 카타르 안팎에서 불거졌다. 카타르 정부와 축구계가 노동자의 사망을 방치했다는 ITUC의 주장은 유럽과 남미를 중심으로 불거진 보이콧 움직임에 불을 붙이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ITUC는 노동자의 인권 보장과 환경 개선 등을 앞세워 FIFA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FIFA는 그러나 “협회가 카타르의 노동법까지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월드컵 조직위원회 측은 “노동법과 대회는 별도의 사안”이라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동필 김철오 기자 mymedia09@kmib.co.kr
김동필 기자
mymedia09@kmib.co.kr
김동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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