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연애를 하고 싶지만 연애 상대를 찾지 못하는 남성들의 답답한 심정을 풀어준 걸까요.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여성들을 노골적으로 꼬집은 신인가수 브로(25·박영훈)의 ‘그런 남자’가 히트를 치고 있습니다. 그런 남자는 “키가 크고 재벌2세는 아니지만 180은 되면서 연봉 6천인 남자. 한 번 눈길만 주고 갔는데 말없이 원하던 선물을 안겨다 주는 남자”가 미쳤다고 너를 만나겠느냐고 말합니다. ‘왕자님’을 찾는다면 아내가 여럿인 사우디로 가라는 ‘풍자’와 성형 열풍에 대한 비판도 담겼습니다.
이 노래는 공개 5일 만에 멜론, 엠넷 등 주요 음원사이트에서 5위 안에 랭크됐습니다. 가요계 최대 이변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남자’를 부른 가수 브로가 스스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이라고 스스로 밝혀 논란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일베는 여성을 비하하고 모욕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입니다. 게시판을 잠시만 살펴봐도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상식이 있는 남성이라면 스스로를 일베 회원이라고 밝힌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마냥 좋다고 따라 부를 수는 없을 겁니다.
일베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게 일침을 가하는 노래가 인기를 끌면서 “지나친 것 아니냐”는 반론이 높아졌습니다. 곳곳에서 “시답잖은 노래가 왜 음원차트 1위냐”는 불만이 터져나왔죠. 이 분위기를 재빠르게 읽은 여성 3인조 보컬그룹 ‘벨로체’가 25일 ‘그런 여자’를 공개하며 돌풍을 몰고 왔습니다.
‘그런 여자’는 ‘그런 남자’의 가사만 바꿔 부른 것입니다. “김태희를 원하신다면 우크라이나로 가세요, 내전 중인 건 함정” “네가 멋진 차를 타고 다녀도, 아무리 비싼 명품으로 휘감아도 숨길 수 없는 단 하나의 진실, 차는 있는데 집이 없잖아”라며 허세로 가득 찬 남성들을 비꼬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런 남자’와 ‘그런 여자’는 맞대결을 벌이는 양상이 됐습니다. 인터넷에서도 덩달아 치열한 ‘성 대결’이 벌어졌습니다. 네티즌들은 남녀로 나뉘어 서로 비난하기에 바쁩니다.
남자는 집이 있어야 결혼할 수 있는 시대라는 데서 갈등은 시작됐습니다. 경제력만을 중요시 여기는 일부 여성들의 현실적인 태도를 남성들이 비난하고 나서면서 ‘김치녀’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김치녀는 데이트나 결혼 비용을 남성에게 의존하고 대접 받길 원하는 여성을 말합니다. 이렇게 조건을 과하게 따지다 보니 결국 결혼에 골인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요.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