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씨는 사고당일인 19일 오후 9시55분쯤 서울 강동구 강동차고지에서 출발해 1차 추돌 1시간26분 전인 오후 10시15분쯤부터 졸기 시작했다. 사고버스의 블랙박스를 보면 서울 송파구 삼성아파트 앞과 오금역 사거리 근처에서 2차례 신호를 위반한 염씨는 고개를 운전대까지 숙였다가 다시 일어나는 동시에 졸음을 깨기 위해 안경을 벗고 눈을 비비기도 했다.
그러나 염씨는 1차 추돌 이후에는 졸지 않았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의 조사분석서에 따르면 염씨가 19일 오후 11시42분 1차 추돌 이후 차선을 넘나들며 지그재그로 버스를 모는 등의 방어 운전을 하는 모습이 인근 CCTV 등으로 확인됐다. 염씨가 1차 추돌 후 2차 사고 전까지 계속 방어운전을 했음에도 버스를 세우지 못한 셈이다.
1차 추돌 당시 시속 22㎞였던 속력이 2차 충돌 순간 시속 78㎞까지 치솟는 3분 동안 버스 운전경력 20년인 염씨가 계속해서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경찰의 설명에도 의문이 남는다. 경찰 관계자는 30일 “1차 추돌 직전 염씨가 브레이크를 밟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고 버스 속력이 오른 점을 보면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잘못 밟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버스는 일반 승용차와 달리 하중이 무겁기 때문에 관성이 붙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며 “버스가 짧은 시간 급격히 속력이 증가한 것을 보면 급발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기계 결함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에 따르면 1차 추돌 사고 전까지 사고 버스는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1차 추돌 직후 버스의 GPS(위성항법장치)가 꺼졌고 잠실역사거리에서 우회전하는 도중 버스가 펜스에 부딪치며 디지털 운행기록계도 작동을 멈췄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차사고 5초 전 블랙박스 영상 복원에 실패했다. 경찰은 1차 사고와 2차 사고 사이 버스의 엔진 가속이나 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에 대해 보강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