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錄] 부강샘스, ‘한국가전의 무덤’에 깃발 꽂다

[쿠키錄] 부강샘스, ‘한국가전의 무덤’에 깃발 꽂다

기사승인 2014-03-31 07:25:00


[쿠키 생활] 소니, 파나소닉, 샤프… 세계적인 가전업체와 더불어 자국 기업에 강한 선호도, 높은 진입장벽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업체가 진출해 쓴 맛을 봐야했던 일본은 ‘한국 가전의 무덤’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침구청소기 ‘레이캅’으로 잘 알려진 ㈜부강샘스가 바로 그곳이다.

사실 부강샘스는 가전제품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브랜드다. 1978년 설립돼 자동차 부품과 전자부품을 생산하던 부강샘스가 가전제품 분야에 눈을 돌린 건 2004년. 이하우 부강샘스 회장의 장남인 이성진 대표가 회사에 합류하면서부터다. 과거 수련의 과정까지 거친 바 있는 이 대표는 아버지 이 회장의 권유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거쳐 미국 듀크대학교 MBA 수료 후 외국 대기업에서 지역 영업을 담당했다.



의사 출신 CEOㆍ외국에서의 마케팅 경험 등 이 대표의 독특한 이력은 레이캅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아토피에 대한 의학지식과 해외 영업 경험 등을 바탕으로 2년 반의 연구 끝에 그는 2007년 레이캅을 처음으로 국내에 선보였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안심’이라는 출시 당시 슬로건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이 대표의 의사적 사명감과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브랜드’라는 부강샘스의 브랜드 포지셔닝이 반영된 결과기도 하다.

초창기 침구를 청소한다는 개념을 생소하게 여기던 소비자들은 홈쇼핑과 입소문으로 제품 인지도가 높아지자 집먼지 진드기, 미세먼지 등을 제거할 수 있는 레이캅에 열광했다. 홈쇼핑에서 시간당 평균 5000대가 판매되는 등 수요는 급증했고 매출 역시 2010년 130억, 2011년 180억, 2012년 250억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레이캅의 시장성을 확인한 부강샘스가 일본으로 진출한 건 2012년. 일본에서 한국 가전업체가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는 일부 우려 속에서도 부강샘스는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레이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섬으로 이뤄져 습도가 많은 지리적 특성상 일본에는 아토피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많았고 살균청소기에 대한 수요가 특히 높을 만큼 진드기와 곰팡이에 신경 쓰던 일본 주부들은 침구청소에 특화된 레이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간편한 가전제품을 선호하는 일본의 1인·실버 가구 등 일본 사회구조와 소비자민원에 즉각 답하는 고객관리 시스템, 기기 고장 시 3일 내로 이뤄지는 사후관리 서비스 역시 일본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효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레이캅은 2013년 매출액이 전년대비 100% 증가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진출 2년 만에 요도요도바시카메라·비쿠카메라·에디온·야마다덴끼 등 일본 내 1400여곳 주요 가전제품 매장에 입점하는 등 우리나라 업체로는 드물게 일본에서의 사업이 결실을 맺고 있다. 침구청소기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일본 매장 관계자가 “일반적인 청소기와는 다른 이 제품을 도대체 어느 파트에 진열해야 하냐”고 물었던 건 웃지 못 할 해프닝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유력 시사주간지 ‘닛케이 트렌드’가 선정한 ‘2013년 히트 상품 베스트30’에서 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업체가 이 순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건 업계 최초로 대기업조차 이루지 못한 결과물이다. 이 순위에 포함된 것들은 ‘아이패드 미니’‘필립스 에어프라이어’등 세계적으로 쟁쟁한 업체들의 제품들이다.

현재 레이캅은 중국,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24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특히 일본과 같은 시기 진출한 중국은 건강가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으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50% 상승하는 등 시장진입에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레이캅은 현재 중국 내 온라인 쇼핑몰과 전자전문매장, 백화점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부강샘스는 향후 홈쇼핑과 각종 온·오프라인 매장으로 유통채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성진 부강샘스 대표는 “레이캅은 소비자들이 그 능력을 직접 실감할 수 있도록 체험 마케팅 및 기술력을 통해 국내를 비롯한 일본,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며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침구청소기의 필요성을 적극 알리는 한편, 철저한 사전준비와 현지화 전략으로 해외 시장 또한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민우 기자 smw@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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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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