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일(현지시간)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연설에서 15개 유엔기구·협약에 독자 가입한다는 신청서에 서명하고 즉각 신청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압바스 수반은 이스라엘이 평화협상 재개 당시 약속한 팔레스타인 죄수 석방을 미루고 있다고 비난하며 “미국 행정부와 충돌하는 것은 원치 않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의 권리를 행사한다”고 말했다. 압바스 수반의 발표가 나온 직후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2일로 예정됐던 중동 방문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의 이번 조치는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지닌 입지를 강화해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팔레스타인은 미국의 중재로 지난해 7월 평화협상을 재개하면서 협상 기간에는 국제기구 가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이에 따라 이달 말로 다가온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협상 시한을 내년까지로 연장하는 정도로 ‘축소된’ 의제마저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케리 장관은 지난해에만 12번이나 중동을 방문하며 평화협상에 공을 들여왔다. 케리 장관은 당초 내년까지 양측간 최종단계 협정을 맺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최근에는 협정의 핵심 원칙을 강조하는 데서도 발을 뺀 상황이다. 1년 여 동안 그가 쏟아온 노력이 헛수고가 될 공산이 높아진 셈이다.
게다가 이집트가 민주화 행로를 걸을 것이라는 케리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군부 수장인 압델 파타 엘 시시 장군이 최근 대선 출마 선언을 했고, 시리아 내전 중재도 사실상 실패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잭슨 딜은 31일자에서 케리 장관의 중동 정책이 현실에 기반해 있지 않다면서 그가 망상에 빠져 있다고 맹공했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