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획일적 제재 가해져선 안돼”

“갑상선암 획일적 제재 가해져선 안돼”

기사승인 2014-04-02 17: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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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갑상선학회 정재훈 이사장 공식입장 발표

[쿠키 건강] 최근 불거진 갑상선암 과잉진단 및 과잉진료 논란을 두고 대한갑상선학회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정재훈 대한갑상선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과잉진단과 과잉치료는 절대적인 해악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하지만, 이를 빌미로 비합리적이고 획일적인 제제가 가해져선 안될 것"이라면서 '갑상선암 과다저지를 위한 의사 연대'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1㎝ 이하의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

앞서 의사연대가 "갑상선검사 결과 크기가 1㎝ 이하인 경우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그에 대한 진위 여부는 의료진뿐 아니라 수술을 앞두고 있는 갑상선암 환자들 사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이는 다른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들을 부검했을 때 많은 수에서 갑상선암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에 근거한 주장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정 이사장은 "외국 부검자료를 살펴보면 갑상선 잠재암은 대상집단 및 지역에 따라 적게는 0.45%, 많게는 36%에서 발견되는데 대부분 0.3㎝ 이하였다"면서 "따라서 일부에서 주장하는 1㎝ 이하는 틀린 주장이고, 정확하게는 0.3㎝ 이하의 매우 작은 크기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0.5㎝ 이하의 작은 갑상선종양은 초음파소견상 악성을 시사하는 위양성률이 높고 세포검사에서 부적절한 검체의 빈도가 높다.

이에 대한갑상선학회는 2010년 권고안에서 갑상선종양이 우연히 발견됐어도 직경이 0.5㎝ 이하인 경우 주위 림프절로 진행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한 세포검사 자체를 하지 않도록 정했다.

문제는 종양의 크기가 0.6~1㎝인 경우인데, 정 이사장은 "0.6~1.0㎝ 크기의 갑상선암 35년 재발률이 14%로 높고, 0.6~0.8㎝ 이상에서 원격전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경과관찰보다는 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이러한 크기의 갑상선암은 미국갑상선학회에서도 수술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추적관찰을 하다가 종양이 0.5㎝을 초과하는 크기로 커지거나 주위로 진행되는 소견이 발견될 때 세포검사를 시행하고, 이후부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라는 것이 학회측의 공식주장이다.

◇갑상선암 5년 생존율 올바른 표현인가?

연대측에서 제시한 "국내 갑상선암 환자의 5년 생존율 100%" 데이터에 대해서는 "갑상선암의 자연적 경과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암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비롯된 잘못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미분화암처럼 진단 후 3~6개월 이내에 90% 이상이 속수무책으로 사망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진행이 매우 느리고,
진단 후 사망까지 걸리는 시간의 중간값이 15년 정도이므로 최소 15년 이상의 관찰기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갑상선암의 생존율을 발표할 때는 5년 생존율이 아닌 최소 10년에서 30년 생존율이라는 긴 기간을 사용해야 한다.

정 이사장은 "최근에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1㎝ 이하의 작은 암의 경우 치료를 시작한지 불과 10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판단은 너무 이르고, 앞으로 10~20년 후에 판단해야 한다"면서 "굳이 비유를 하자면 대부분의 갑상선암을 치료하는 이유는 증상이 없는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장기간 치료하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상이 있거나 손으로 만져지는 갑상선암만 치료해라?

의사 연대를 결성한 서홍관 박사(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는 지난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갑상선 결절이 만져지거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초음파검사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이사장에 따르면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증상이 없고, 종양의 크기가 4~5㎝ 이상이 되서 주위 장기를 압박하거나 크기에 관계없이 주위 조직으로 진행된 후에야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암이 다른 장기로 원격전이된 환자의 경우 전이장소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게 되므로 그 후에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이미 많이 진행되어 완치 목적의 치료를 할 수 없다.

그는 "실제로 1㎝ 이상의 갑상선종양도 촉진만으로는 절반도 발견할 수 없고, 초음파검사로 발견되는 갑상선종양의 약 15%만 숙련된 의사가 촉진할 수 있다"면서 "초음파검사로 조기진단이 가능한 환자에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입게 되는 피해는 누가 책임져야 하냐?"고 반박했다.

◇효율보다 환자의 안전성 측면 고려해야

마지막으로 정 이사장은 "갑상선암 발생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의 이면에는 우리나라의 뒤틀어진 의료현실이 일부 반영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이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의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 이사장은 "갑상선검사는 환자 개인의 기본권에 맡기돼 검사 결과 갑상선종양이 발견됐다면 이후에 의학적 상태, 동반질환의 유무, 정확한 진행상태 및 기대여명 등을 고려해 환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치료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면서 "의료행위는 효율의 문제가 아닌 환자의 생명과 안위만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안경진 기자 kjahn@monews.co.kr

송병기 기자
kjahn@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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