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새누리당 5선 중진인 이재오 의원이 3일 같은 당 최경환 원내대표에게 점잖은 충고를 보냈다. 최 원내대표가 전날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너나 잘해”라고 고함친 사실을 두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친이계 대표 주자였던 이 의원과 친박계 핵심인 최 원내대표간 갈등의 단면은 길고도 질기다.
이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때는 상대 당 대표나 의원들이 연설이나 대정부 질문을 할 때 고함을 지르거나 심하게 비난하거나 욕설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서 상대방의 발언을 방해하면”이라고 글을 시작했다.
이 의원은 이어 “청와대에서 격려 전화도 오고 당 지도부에서 전투력을 높이 살 때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5선 중진에 이명박 정부 시절 핵심 실세였던 이 의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회고로 해석된다.
이 의원은 그러나 “그런 시절은 지났다. 국회에서 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는 것이-설령 자기 생각과 달라도-국회의원의 주요 덕목인 시대다”라고 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쓸 때 숨가쁘게 읽으라는 의미인 듯 띄어쓰기를 종종 무시하는데, 가시가 섞인 이 후반부에 특히 붙여쓰기가 많았다.
이 의원은 결론으로 “부끄러운 일이 적어도 국회에서는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최경환’이란 이름이 한 번도 들어가 있지 않지만, 누구나 최 원내대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런 게 정치인의 화법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2일 안철수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왜 대선공약 폐기를 여당의 원내대표께서 대신 사과하시는 지요? 충정이십니까? 월권이십니까?”라고 발언하는 순간 “너나 잘해”라고 큰 소리를 냈다.
이에 한 종합편성채널은 이례적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견학 온 한 소녀 중학생을 직격 인터뷰했다. 중3이라고 밝힌 여학생은 “다른 사람이 말할 땐 조용히 해야 하는데 좀 상식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안 대표보다 하루 앞선 1일 안 대표와 마찬가지로 국회에서 새누리당을 대표해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한 당사자다.
사진=이재오 의원 페이스북, 국민일보DB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