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제개발처. 쿠바에 반정부 시위 일으키려고 '쿠바용 트위터' 배포했다

美 국제개발처. 쿠바에 반정부 시위 일으키려고 '쿠바용 트위터' 배포했다

기사승인 2014-04-04 21:58:00
[쿠키 지구촌] 미국 정부가 쿠바에서 반정부 시위를 일으키려고 쿠바용 트위터를 만들어 배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작전은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이 아니라 인도주의 원조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USAID)를 통해 2009~2012년 진행됐다.

AP통신은 이런 내용을 담은 1000여쪽의 문건을 입수하고 관련자 취재를 통해 세부 내용을 확인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정부는 추진 사실을 인정했다.

작전명은 ‘준주네오(ZunZuneo)’였다. 벌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뜻하는 쿠바 속어다. 트위터로 글을 전송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 트윗(Tweet·짹짹)을 본 딴 것이다.

작전에는 민간 기술자들이 동원됐다. 임무는 트위터처럼 쿠바인 수십만명에게 접근할 수 있는 메시지 네트워크를 개발해 확산시키는 것이었다. 쿠바의 엄격한 인터넷·정보 규제를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이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미 정부 예산 160만 달러(약 17억원)가 투입됐다.

미국은 쿠바 정부가 배후를 알 수 없도록 유령 회사를 세웠다. 케이만군도의 은행 계좌를 사용했다. 경영진에는 미 정부 연루설이 나오지 않을 사람을 앉혔다. 용역 업체 중 하나였던 이동통신 운영체계 개발사 모바일어코드의 2010년 기록에는 “미 정부 개입에 대한 언급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적혀 있다.

미 정부는 축구나 음악, 허리케인 속보처럼 무난한 뉴스 메시지로 이용자층을 확보했다. 구독자 수가 상당한 규모에 달했을 때 정치적 내용을 유포할 계획이었다. 반정부 네트워크를 구축해 아프리카·중동에서 발생한 ‘아랍의 봄’ 같은 반정부 시위를 일으킬 의도였다. 종국엔 쿠바 정권을 무너뜨릴 생각이었다고 볼 수 있다. USAID 문건은 이를 ‘정부와 사회 간 힘의 균형 재조정’이라고 표현했다.

쿠바용 트위터 사용자는 2년여 동안 4만명을 넘겼다. 이들은 뉴스와 정치적 의견을 공유했다. 미국은 사용자의 메시지를 분석해 성별, 나이 등 개인정보는 물론 정치 성향까지 파악했다. 작전은 2012년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끊기면서 돌연 중단됐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작전은 연방하원 차원에서 합법적으로 권한을 인정받아 진행됐다”며 “쿠바인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유통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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