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일시 귀국한 김재신 주독일대사는 지난 4일 외교부 청사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 대사는 독일 현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대한 호응도는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은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을 적극 지지하고, 현실화되는데 필요하면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일간지 디 벨트는 박 대통령 연설 때 청중이 기립박수를 쳤다고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카날8 방송은 드레스덴 선언이 명확한 메시지가 담긴 획기적인 선언이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최근 북한이 드레스덴 선언을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도발을 감행하는데 대해 “드레스덴 선언이 북한에 위협적인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평화통일 원칙과 통일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에서 통일 대박을 대표하는 곳에 직접 박 대통령이 가서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했다”면서 “북한이 드레스덴을 통해 남북 모두가 발전하는 통일 대박과 드레스덴 선언의 실체를 느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사는 박 대통령의 독일 방문 성과 중 주목할 것으로 한·독 통일외교정책자문위원회 구성을 꼽았다. 또 목표는 올 하반기에 한·독 통일외교정책자문위 1차 회의가 개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차 회의에는 한·독 전·현직 외교부 당국자와 학자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현재 설치돼 있는 한·독 통일자문회의가 동·서독 간의 발전 경험 교류에 중점을 뒀다면 한·독 통일외교정책자문위는 독일의 통일 외교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 김 대사는 “독일 통일이 가능했던 것은 동서독 간 국내적 측면 뿐 아니라 외교적 노력도 중요했다”면서 “독일은 주변국들의 반발을 유럽 통합이라는 외교적 노력으로 돌파했다”고 전했다.
김 대사는 통일 효과에 대해선 독일 통일이 그 좋은 예라고 강조했다. 통일 초기에는 독일에서도 통일 비용 논란이 많았지만 20여년이 지난 현재 독일에서 통일 비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동독 지역 발전 뿐 아니라 서독 지역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김 대사의 설명이다. 그는 “통일 후 독일은 유럽의 중심 국가로 부상했고, 유럽 통합도 촉진시켰다”면서 “독일 국민들은 통일이 국력과 국부를 신장시켜줬다고 느끼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대사는 박 대통령의 방독을 계기로 양국 간 경제 협력도 더욱 긴밀히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과 독일은 박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경제·과학기술 분야에서 총 15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는 “MOU 체결을 통해 양국 협력의 제도적 틀이 마련된 만큼 독일의 강점과 우리의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면 우리의 중소기업 발전도 이뤄지고 창조경제에도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독 간 문화재 복구 교류도 강화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 대통령이 방문한 드레스덴의 성모교회(Frauenkirche)다. 성모교회는 독일 개신교의 상징이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폭격으로 잿더미로 변했다. 하지만 통일 후 2005년 복구됐다. 당시 드레스덴 시민들이 무너진 교회 잔해 속에서 찾아낸 3800개의 석재도 오롯이 사용됐다. 김 대사는 “성모교회 복원을 위한 재원은 정부 지원 뿐 아니라 독일 국민들의 성금으로 마련됐다”면서 “문화재를 사랑하는 독일 국민들의 열정과 문화재 복원 방법 등도 협력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끝으로 박 대통령의 방독을 계기로 독일에서 한국 홍보와 문화·인적 교류도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달부터 35개 베를린 시내관광 버스에서 한국어로 안내방송을 하는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가 시작됐다고 한다. 또 드레스덴 거리 중 한 곳을 한국거리(Koreastraße)로 명명하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김 대사는 “독일에 한국을 더 많이 알리면 우리의 국력이 올라갈 뿐 아니라 통일 분야 협력도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