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킹스로드의 교통표지판에 적힌 도로명이 ‘King’s Road’에서 ‘Kings Road’로 변경됐다. 지방정부가 표지판에서 아포스트로피를 빼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역명이나 도로명에 아포스트로피가 없으면 검색이 훨씬 용이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런 변화는 최근 발생한 어이없는 사고가 계기가 됐다. 올 초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응급차가 아포스트로피로 인해 잘못된 지역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천식을 앓던 한 10대 소년이 숨진 것이다.
중앙정부는 각 지방정부에 교통표지판에서 아포스트로피를 빼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미 미국과 호주에서는 오래전부터 아포스트로피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팀 워드 케임브리지 시의원은 “응급 서비스 프로그램 등에서 검색을 할 때 아포스트로피가 방해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주소나 지명 등을 점검하는 조직인 ‘지오플래이스’ 관계자 역시 “아포스트로피가 없는 편이 훨씬 바람직하다”며 “결정은 정부에서 판단할 몫”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영어 애호가들은 이런 정부의 방침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킹스로드 교통표지판엔 몰래 밤마다 검은색 매직으로 아포스트로피를 적어 넣는 게릴라 운동이 펼쳐졌다. 기업에 영어 문법 등을 교육하는 단체인 ‘굿 그래머 컴퍼니’의 캐시 사라만 대표는 “아포스트로피가 사라진 뒤에는 쉼표마저 없어질 것”이라며 “요즘 영국은 어려우면 없애버리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방정부는 킹스로드 표지판에서 아포스트로피를 빼려던 방침을 철회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